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애경그룹을 ‘초대형 항공그룹’으로 일궈낼 수 있을까?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가장 커다란 걸림돌은 자금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채형석, 아시아나항공 놓고 애경 '승자의 저주' 갈등하나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애경그룹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AK홀딩스의 연결기준 유동자산은 약 1조3833억 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가격은 1조5천억 원에서 2조 원 사이로 예상되고 있다. 애경그룹으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자칫하면 ‘승자의 저주’의 덫에 걸릴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과 2008년에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인수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두 기업을 다시 토해내고 아시아나항공까지 매각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이를 두고 인수합병에서는 승자였지만 결국 그룹 전체의 뿌리가 흔들린 ‘승자의 저주’ 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인수자금 조달로 끝나지 않는다.

2019년 1분기보고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842.7%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추가적 자금 투입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채 부회장이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인수를 강행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채 부회장은 2006년 설립 이후 계속해서 적자를 내던 제주항공을 과감한 투자로 결국 1등 저비용항공사(LCC)로 만들어낸 성공 경험이 있다.

채 부회장은 제주항공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09년 면세점사업을 롯데그룹에 매각하기까지 했다. 

국적 대형항공사가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 만큼 채 부회장으로서는 1등 저비용항공사를 보유한 애경그룹이 대형항공사(FSC)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기 싫을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와 대형항공사를 한 그룹이 함께 운영하는 것은 둘 사이에 낼 수 있는 시너지가 크다.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함께 운영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계열사끼리 공동 운항(코드 셰어)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장거리 노선과 단거리 노선을 잇는 환승노선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두 회사 사이에 기재를 유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애경그룹이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보다는 분리매각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에어부산의 인수를 노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어부산은 현재 25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의 여객점유율은 35%에 이른다. 애경그룹이 에어부산을 인수한다면 단숨에 애경그룹이 보유한 기재 수를 확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에어부산이 차지하고 있는 영남권 여객 수요도 끌어올 수 있다. 

에어부산이 5월 초 국토교통부로부터 배분받은 인천~청두, 선전, 닝보 등 알짜 중국 운수권과 부산~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 역시 확보할 수 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사가 인수합병 매물로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검토만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