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집중했다면 이제 배터리 서비스사업으로 확장하겠다.” “처음부터 배터리 생산사업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아예 시작하지도 않았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비욘드 배터리'를 선언하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을 생산뿐만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을 관리하는 서비스사업으로 확장한다.
 
김준, 전기차배터리 '생로병사'를 SK이노베이션은 사업화한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


28일 SK이노베이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직속으로 전기이동수단(이모빌리티) 연구그룹을 만들어 배터리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사업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과 판매에서 한 발 더 나가 대여, 충전, 재활용 등의 서비스를 아우르는 BaaS( Battery as a Service) 전략에 따른 것이다.

김 사장은 최근 BaaS전략과 관련해 “배터리 관련 사업은 지금까지 원소재, 소재, 배터리 생산과 재활용까지만 생각했다”며 “우리는 전기차 뿐만 아니라 산업용 이동수단 전반에 해당하는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 배터리 벨류체인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쟁사들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고객사 확보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을 들고 나온 데는 전기차 중심으로 생활양식이 바뀔 것이라는 김 사장의 예측에 따른 것이다.

김 사장은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율이 25% 정도까지 올라가는 2030년에는 전기차를 중심으로 라이프 스타일이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 전기차와 배터리업체, 사용자 사이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전기차 초입단계라 아직 완성차 제조 단계에 부착된 배터리를 사용하지만 이후 기술이 발전되면 배터리를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고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배터리 성능을 보고 완성차를 선택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며 “앞으로 전기차의 플랫폼이 동일해지면 같은 배터리를 매 번 충전하기보다 이미 완충된 배터리를 대여해서 쓰고 반납한 후 새 배터리를 대여하는 방식의 소비형태도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 이모빌리티 연구그룹은 이런 예측을 바탕으로 배터리서비스 사업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김 사장은 현재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배터리 가격을 빼고 완성차만 판매하면 가격이 낮아 판매가 늘 수 있고 소비자들은 배터리를 대여하거나 리스 형태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배터리 대여는 고객 입장에서는 전기차 구매의 부담을 줄여주고 업체 입장에서는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완성차 업체나 다른 배터리 벨류체인을 서비스 개념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버 등 공유차량 서비스가 늘어나는 것도 배터리 관련 서비스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공유차량서비스가 일반화되면 공유차량업체가 전기차를 구매해 관리하고 일괄적으로 배터리 충전, 교체 등을 관리한다. 공유차량 업체와 제휴를 맺어 배터리를 공급하고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회수해 재활용하기도 쉬워진다.  

김 사장은 공유차량에 따른 변화를 염두에 두고 배터리 교체, 대여, 재활용 등 배터리 애프터 서비스 사업을 포함한 배터리사업의 밸류체인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서비스사업과 함께 회수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과 연관시켜 수익성을 창출하는 모델도 연구하고 있다.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는 수거 후 검사를 거쳐 에너지저장장치로 재활용되거나 혹은 니켈, 코발트 같은 핵심 원재료를 다시 재활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수명이 다한 배터리를 다시 활용하는 사업분야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터리서비스사업이 성장하면 전기차용 배터리를 완성차업체에 한 번 팔고 거기서 마진을 남긴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배터리 재활용 등 다른 분야에서 수익이 나면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가격도 낮춰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배터리서비스사업은 고객, 완성차 업체, 정부 등 각각의 역할이 있기에 우리가 혼자만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라 끊임없이 관련 업계와 시장 상황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