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40조 원을 투자해 글로벌 1등 제약회사인 화이자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부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이를 타개할 구체적 계획이 먼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오늘Who] ‘화이자’ 잡겠다는 서정진, 셀트리온 구체적 계획은 '글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이 2030년까지 연구개발과 시설에 40조 원을 투자해 영업이익 측면에서 화이자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27일 셀트리온 주가는 17만3천 원에 거래되면서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했고 5월에만 약 15% 가까이 하락했다.

서 회장의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적어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됐다는 시각도 있다. 

서 회장은 40조 원의 투자금액 가운데 10조 원은 외부에서 유치하고 30조 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오제약은 2018년 영업이익 3165억 원을 냈는데 이에 약 100배에 이르는 수익을 내야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서 회장은 매년 영업이익의 40%를 연구개발 등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셀트리온그룹의 영업이익이 매년 40% 가까이 증가해야 2030년 누적 영업이익이 약 70조 원에 이르러 30조 원의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 회장이 “이번 투자계획을 세우면서 우리 미래를 다시 점검하고 투자재원에 관해서도 검증에 검증을 거듭했다”며 “2020년에는 매출 5조 원, 2027년에는 매출 30조 원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계획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셀트리온이 서 회장의 계획처럼 성장한다고 해도 화이자와 격차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 화이자는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 원 이상) 의약품만 10개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 1위 제약사로 2018년 기준으로 매출이 64조 원에 이른다. 

더욱이 셀트리온은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8년 사상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2017년보다 33.31%나 감소했다. 바이오시밀러 유통과 판매를 맡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8년 영업손실 252억 원을 냈다.

이 때문에 서 회장을 향해 셀트리온의 두루뭉술한 계획보다는 실적 반등을 이끌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로 셀트리온의 선도자(퍼스트 무버) 전략이 어려워졌다”며 “셀트리온은 2018년 부진했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품군 확대, 원가 경쟁력 확보, 차세대 바이오시밀러 개발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서 회장은 ‘램시마SC’를 셀트리온 실적 반등의 열쇠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던 것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등의 가격이 경쟁제품의 출시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램시마의 매출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바이오시밀러가 절실하다.

램시마SC는 램시마의 파하주사형 제품으로 기존 램시마보다 약 2~3배 가격이 높아 셀트리온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램시마SC는 올해 11월 유럽 의약청(EMA)의 판매허가를 앞두고 있다.

또 서 회장은 램시마SC를 시작으로 매년 바이오시밀러를 1~2개씩 출시해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램시마와 같이 기존 바이오시밀러의 수익이 감소하더라도 이를 메워줄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를 계속 출시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미래 성장성을 감안하면 40조 원의 투자재원 마련이 현실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공장가동 중단, 재고물량 조정 등으로 일시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것일 뿐”이라며 “2017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2016년보다 각각 40%, 100% 이상 늘어났던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