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처음으로 지주회사 CJ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아직 CJ 지분을 2.8%밖에 보유하지 않고 있어 갈 길은 멀어보인다.

이선호 부장이 누나인 이경후 CJENM 상무와 CJ그룹을 어떻게 경영할지를 놓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장의 경영능력을 향한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나병현 기자

곽보현(이하 곽): 최근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CJ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가 떠오르고 있죠. 이선호 부장이 CJ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CJ의 주식을 처음으로 보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는 장녀이자 이선호 부장의 누나인 이경후 CJENM 상무도 있지 않습니까?

나병현(이하 나) : 이경후 상무는 2017년 33세의 나이에 상무에 올랐는데요. 이번에 이선호 부장이 CJ 지분 2.8%를 확호한 것과 함께 이경후 상무도 CJ 주식 1.2%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곽: 이선호 부장, 이경후 상무 이 두 사람이 각각 CJ제일제당과 CJ ENM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는데. 나중에 이 두 사람이 계열분리할 가능성도 있나요?

나: 현재로서는 계열분리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신세계 모델처럼 분리경영 체제로 가거나 이선호 부장이 주도하면서 이경후 상무가 조력자로 나서는 그런 몇가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곽: 그렇게 보면 과거에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두 남매처럼 CJ그룹을 함께 이끌면서 서로 협업하는 식의 남매경영이 똑같은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상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네요?

나: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남매경영은 이미 재계에서 유명한 이야기인데요. 이재현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은 뒤 17년 동안 CJ그룹의 외형은 15배 이상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도 매우 중요했습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대모'로 불렸고 한 때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이미경 라인을 타면 자다가도 CF가 떨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영향력을 행사했죠.

곽: ‘자다가도 CF가 떨어진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과 힘이 대단한 것 같은데요. 사실 이렇게 남매가 한 그룹에 있으면서 기업경영을 잘 이끌어간 사례가 우리 대기업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오히려 CJ그룹의 남매경영에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현재 이선호 부장의 나이가 서른 살 정도 밖에 안 된 상황인데 이선호 부장의 경영능력은 현재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요?

나: 사실 이선호 부장의 활동은 대외적으로도 거의 드러나지 않아 이선호 부장의 경영능력은 현재 평가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선호 부장의 스타일은 알아볼 수 있는데요.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을 전공하고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을 때 온화한 성격으로 재벌 3세라는 특권의식을 보인 일 없어서 동기들과 함께 잘 어울렸다고 합니다.

곽: 이선호 부장이 최근에 식품전략기획1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는데 그 자리는 어떤 자리입니까?

나: 식품전략기획1담당은 CJ제일제당의 온라인 관련 식품사업 전략을 세우는 곳인데요. 간단히 말해 CJ제일제당의 신사업을 발굴해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일을 합니다.
 
[CEO톡톡] 이선호 이경후, CJ '이재현 이미경 남매경영'도 승계할까

▲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곽: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곳이니까 앞으로 거기서 신사업을 잘 이끌어내서 이선호 부장의 경영능력을 입증 받고 그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CJ그룹을 승계 받는 그런 검증의 작업이 시작될 것 같네요. 그러면 이제 지분 변화에는 어떤 움직임이 있었나요?

나: 4월29일 처음으로 이선호 부장이 CJ 주주명부에 이름이 올리면서 승계 문제가 불거진 상황인데요. 일단 CJ올리브네트웍스는 그동안 이선호 부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꼽혀왔습니다. 이선호 부장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이 가장 가격이 높기 때문인데요.

이선호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부문과 올리브영부문으로 나눠 IT부문을 CJ에 편입하면서 CJ 지분 2.8%를 확보하게 된 것이죠.

곽: 합병과 분할을 하면서 주식 교환도 이루어지고 결국은 그룹의 지주회사인 CJ 지분 2.8%를 처음으로 보유하게 되니까 이제 경영권 승계가 시작된 것 아니냐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죠?

나: 경영권 승계가 당장에 이뤄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만 CJ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CJ 지분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큰 것 보입니다.

곽: 사실 앞으로가 더 중요합니다 현재 CJ그룹에는 CJENM, CJ제일제당, CJ CGV 등 여러 주요 계열사들이 있는데 이선호 부장이 CJ그룹을 승계 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나: CJ그룹은 CJ 지분만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모두 지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재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 42.07%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를 어떻게 증여받느냐가 남은 과제입니다.

곽: 우리나라 법을 보면 30억 원을 초과하는 재산에 대한 상속, 증여에는 50%가 넘는 세금을 내야 합니다. 지금 이재현 회장의 지분가치를 보면 약 1조3천억 원이 되는데. 즉, 최소 6천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하는 거죠. 이런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나: 이 때문에 재원을 마련할 다양한 방법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는데요. 우선 CJ 자회사인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키운 뒤 상장과 동시에 주식을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곽: 제가 알기로는 이선호 부장이 씨앤아이레저산업! 골프장을 운영하는 업체인데 거기에 지분이 절반 이상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 회사는 자금 확보에 필요가 없나요?

나: 씨앤아이레저산업을 설립할 당시에 이선호 부장이 72억 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분가치가 그리 크지 않아서 당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증여세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곽: 자금을 마련하려고 하면 사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능력 자체에 굉장히 의구심이 많다면 경영권을 이어 받는 것이 그룹 전체의 미래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승계과정은 CJ그룹의 과거 경영 승계 과정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 이재현 회장은 모친인 손복남 CJ제일제당 고문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화재 지분 18%에서 시작했습니다. 손 고문은 삼성화재 지분을 팔아 CJ제일제당(옛 제일제당) 지분을 확보한 뒤 이재현 회장에게 모두 증여했습니다.

이재현 회장은 이 지분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고 합병 등의 방법을 통해서 CJ제일제당의 지분을 늘려 나갔고 2007년에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CJ 지분을 40% 이상 확보하게 됐습니다.

곽: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썼는지 궁금한데요?

나: 제일제당을 CJ와 CJ제일제당으로 기업분할한 뒤에 CJ제일제당 주식을 모두 CJ에게 현물로 출자하고 그 대가로 주당 약 3.8주의 CJ 주식을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현물출자 공개매수 방식은 당시 국세청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의 상장사 주식 교환을 과세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은 경영능력에서는 CJ그룹 내외부에서 모두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경영승계를 하는 자체에서는 아무런 잡음이 없었습니다. 1993년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경영을 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클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곽: CJ그룹이 사실상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이 부분에서 이재현 회장의 공격적이고 과감한 판단은 우리가 인정을 해야겠죠. 당시 법체계,과세체계에서 허점을 이용한 부분은 맞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든 이재현 회장이 탁월한 선택과 경영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CJ그룹과 같은 단단한 그룹이 만들어졌다는 것! 이 점은 우리가 부인할 수는 없겠습니다.

곽: 이선호 부장이 경영승계를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또 어떤 것이 중요한지 한줄평으로 말해보겠습니다. 저는 이선호 부장이 경영승계를 위해서는 ‘능력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제 기업의 승계에 대해서 성숙한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한국경제의 체력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경영능력이 없는 자식들이라면 오히려 대주주로 남고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이사회를 강화하는 이런 지배구조 체제를 우리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이런 성숙한 판단을 할 때가 한국 경제에도 오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나: 저는 이선호 부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정당한 미래’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법 테두리 안에서 가장 돈 적게 들일 수 있는 ‘절세’와 ‘최적방안’을 찾고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분명한 기업의 생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처럼 치졸한 방법으로 경영하는 것은 그만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모범적 경영을 보여주면서 사회적 인정을 받는 것이 오히려 기업의 미래가치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곽: 정부도 기업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법체계를 아주 강하게 만들고 감시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규제가 기업들이 성장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것 이런 것까지 억제해서 못하게 하면 안 됩니다.

정부에서는 기업들이 건전하게 활동하고 예측가능한 상태에서 잘 활용할 수 있게 법체계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