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인터넷은행 놓고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 아쉽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추진하는 금융혁신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위원회가 26일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 두 곳 모두에 예비인가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 일단 불발됐다.

외부평가위원회가 2박3일 동안 비공개 합숙을 통해 내린 결론을 이의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두 곳 컨소시엄도 속이 쓰리겠지만 이번 결론에 누구보다 실망스러울 이는 최 위원장일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심사결과를 발표하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심사 결과 신청 후보 두 곳이 모두 불허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외부평가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결과를 오전에 듣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를 위해 열의를 보였다. 

지난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법안의 통과를 위해 이례적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에도 참석해가며 국회의원들을 설득했다.

법안이 통과되고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추진될 때에도 공식 석상에서 “혁신적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적극적으로 신청해 주기를 바란다”며 기업들의 제3인터넷전문은행 도전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혁신의 벽은 높았다.

금융이 근본적으로 갖춰야 할 ‘안정성’과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혁신성’이 동시에 갖춰지기 얼마나 어려운지 이번 심사결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풍부한 자금력과 혁신적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를 충족하는 곳을 찾기 쉽지 않다. 네이버의 불참으로 빈자리가 커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고전으로 안정성의 기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케이뱅크는 자금 부족으로 신용대출 상품 5개 가운데 3개를 한 달 넘게 취급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 받는 카카오뱅크는 여섯 분기 만에 어렵게 순이익 65억 원을 거뒀다.

혁신성의 잣대도 2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았던 2017년만 하더라도 간편송금, 비대면상품 등만으로 혁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들도 인증절차를 간략화하고 비대면서비스를 늘리는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슷한 서비스의 제공을 늘리면서 제3인터넷은행에 요구되는 혁신의 정도도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키움뱅크 컨소시엄은 혁신성이,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안정성이 부족했다. 그리고 부족한 점을 덮을 만큼의 다른 측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정성과 혁신성의 양립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심사결과를 놓고 최 위원장이 보인 태도는 다소 아쉽다.

최 위원장은 결과 발표를 마친 뒤 “장기간 논의를 거쳐 통과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의 취지와 혁신성장 기조가 퇴색하지 않도록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인가가 필요하다”며 “올해 3분기 중으로 새로운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절차를 다시 추진해 연내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 분기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심사결과에서 지적된 키움뱅크 컨소시엄이나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에는 촉박한 시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 위원장이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를 추진하는 목적이 단순히 이른 시일에 인터넷전문은행의 수를 늘리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성급하게 인가를 내준 뒤 부실이 발생하면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금융 소비자 피해와 인터넷은행 전반에 관련된 불신으로 오히려 혁신이 더뎌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시작하는 것이 낫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켜 국민들이 안정적으로 혁신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