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면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카드사 인수를 향한 의지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생명보험사, 증권사와 함께 카드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혀왔다. 업계는 삼성카드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카드사 인수 절실, 윤종규 삼성카드 바라보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가 최종적으로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면 카드업계가 ‘1강 4중 1약’으로 재편된다.

자연스럽게 4중으로 분류되는 삼성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롯데카드의 중위권 순위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로선 아래에 있던 현대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가 KB국민카드를 제치고 올라서면서 순위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윤종규 회장이 꾸준히 업계 2위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용실적은 물론 자산규모 기준으로도 2위권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탓이다.

현대카드는 24일부터 코스트코와 제휴가 시작돼 올해나 내년 이용실적 기준으로 KB국민카드를 넘고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카드 이용실적은 85조4천억 원으로 87조4천억 원인 KB국민카드와 2조 원가량 차이가 난다. 코스트코 매출이 4조 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70~80%가 카드 결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2조 원 격차는 가뿐히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는 자산 기준으로는 앞으로 우리카드+롯데카드에 3위를 내줄 수도 있다. MBK파트너스가 투자금을 회수할 때 우리금융지주 혹은 우리은행에게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를 더한 자산규모가 22조6천억 원 수준으로 KB국민카드를 앞지르고 3위로 올라선다.

카드업계는 롯데카드 다음으로 삼성카드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카드가 매물로 나오면 그동안 공식적으로도 카드사 인수 의지를 밝혀왔던 KB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4월 기자와 만나 앞으로 인수합병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미 얘기했던 것처럼 생명보험사, 카드사, 증권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2월 김기환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생명보험사 외에도 추가적으로 자산관리 상품을 만드는 데 우위가 있는 증권사, 고객 세분화나 데이터에 강점이 있는 카드사 등 그룹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수 있는 곳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카드는 카드업계에서 꾸준히 잠재적 매물로 꼽혀왔다. 매번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매각설에 휘말리고 있다. 삼성카드 직원 사이에서 “우리가 언제 매각될지 우리도 궁금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삼성카드 매각 가능성을 놓고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카드부문 매각에 명분이 높아졌다고 판단된다”며 “롯데카드와 달리 강력한 전속시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인수)수요만 있다면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매각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바라봤다.

KB금융지주가 삼성카드를 인수하면 KB국민카드와 더해 카드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카드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룰 필요성이 높아졌다. 업황이 악화될수록 규모가 작은 하위 카드회사들이 더욱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규제 강화로 카드산업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은행계 카드사들의 외형 확장 시도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그는 “최근 롯데카드 인수를 시도한 하나금융지주와 인수합병에 성공하면 단번에 1위로 올라서는 KB금융지주가 카드사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과거 매각이 거론된 삼성카드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