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지만 기업은 신용을 걸어야 합니다. 이익을 남기기에 앞서 고객과 의리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신용'과 '의리'를 말했다. 

"한화의 모든 기업활동은 신의에 바탕을 둔 정도경영이어야 합니다. 이것은 제가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이기도 합니다."

2019년 신년사에서도 김 회장은 '신의'를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흔히들 신용과 의리의 경영인라고 부른다. 그 정도로 '신의'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대표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신의경영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기업 인수합병 때였다. 보통 기업들은 회사 매각에만 매달렸지만 김승연 회장은 달랐다. 회사를 팔 때 돈을 덜 받더라도 완전고용 승계조건을 고수했다.

1997년 말 외환위기로 김승연 회장은 자회사 한화에너지 지분 현대정유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김 회장은 “우리가 매각대금 20억~30억 원을 덜 받더라도 단 한 명도 해고하지 말고 100% 고용승계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요청했고 결과는 그의 바람대로 이뤄졌다

한화에서 삼성의 방위사업·석유화학 부문을 인수할 때도 김승연 회장은 삼성 직원들을 100% 고용승계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매각이 결정된 아시아나항공에서도 인수예상 기업 중 한화가 거명되고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의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한화에 팔리면 구조조정 걱정은 없을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이 밖에도 이라크 공사현장에서 있던 직원들이 회를 먹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광어회 600인 분을 비행기로 공수한 것과 서울프라자호텔 리모델링으로 3개월간 문을 닫게 되자 공사기간 모든 직원에게 유급휴가를 준 일화 역시 유명하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인 신의도 있다. 

김승연 회장은 미국 해군정보국 정보분석가로 일하다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미국 정부에 수감된 로버트 김을 개인적으로 계속 지원했다. 이 사실은 2005년 10월 MBC의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 로버트 김이 출연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김승연의 주변 지인과 회사 내 측근조차도 알지 못했던 일이다.

한화그룹은 천안함 사태가 벌어진 이듬해인 2011년 천안함 승조원 유가족을 한화그룹 계열사에 우선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김승연 회장이 "방위산업체를 경영하는 그룹으로서 유족이 절실하게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함으로써 이뤄졌다. 총 18명이 한화, 한화생명, 한화갤러리아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외환위기 때부터 후원에 어려움을 겪은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를 2000년부터 2018년까지 19년째 단독으로 후원했다. 예술의전당은 한화그룹의 후원 10주년을 맞아 2009년 4월 김 회장에게 감사의 뜻으로 종신 회원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방 도시에서도 클래식 공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한화 팝&클래식 여행' 공연, 청소년 오케스트라 운영 등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하지만 김승연 회장은 신의의 경영인이라는 호칭과 달리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1년 한유통 등 3개 위장 계열사에 3천억 원의 회사자산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2014년 2월 서울고법으로부토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김 회장 측에서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집행유예는 확정됐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한화를 포함해해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2019년 2월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됐지만 여전히 경영일선 복귀는 하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금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