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신제품 '릴 베이퍼'를 발빠르게 내놓으며 격전이 예상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동 수출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성공 여부가 앞으로의 성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KT&G 전자담배 대응 바빠, 궐련형 지키고 액상형 선점 노려

▲ KT&G의 릴 베이퍼(왼쪽)과 쥴랩스의 쥴. 


26일 업계에 따르면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T&G는 27일부터 전자담배 ‘릴 베이퍼’와 액상 니코틴 카트리지인 ‘시드’를 판매한다.

판매처는 서울·대구·부산지역의 편의점 CU와 자체 플래그십 스토어 ‘릴 미니멀리움’, 면세점 등이다.

릴베이퍼는 24일 출시된 '쥴'(JUUL)의 대항마격이다.

쥴은 미국 유니콘기업 '쥴랩스'의 제품으로 판매 5년 만에 미국 전자담배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했다. 미국에서 '쥴링'(Juuling)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다만 쥴은 흡입구 부분의 위생문제 등이 단점으로 지적됐는데 릴베이퍼는 이를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릴베이퍼의 가격은 4만 원으로 쥴 보다 1천 원 비싸며 니코틴 함량은 1% 미만으로 쥴과 동일하다.

KT&G가 과거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서 '아이코스'에 선수를 빼앗겨 낭패를 본 만큼 이번에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립모리스코리아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2017년 6월 출시됐으며 KT&G의 '릴'은 5개월 늦은 같은 해 11월 나왔다. 올해 1분기 기준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서 필립모리스코리아의 점유율이 60%인 반면 KT&G는 30%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시장 선점효과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 셈이다.

KT&G에 릴 베이퍼의 성공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KT&G는 중동 수출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4.1%, 영업이익은 11.4% 뒷걸음질했다. 올해 4월에는 수출이 2017년 같은 기간의 70% 수준까지 회복했고 향후 전망도 좋긴하지만 가향담배 규제 등 또 다른 악재가 기다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 근절을 위한 금연 종합대책’을 내놨다. 담뱃갑의 경고그림 표기면적을 50%에서 75%로 늘리고 가향물질 첨가를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특히 KT&G는 가향물질 규제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체 가향담배시장에서 70%를 차지하는 등 경쟁업체들보다 가향담배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규제와 수출 등에서 고전하다 보니 KT&G는 전자담배가 성장동력으로 지목된다.

국내 전자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 1억5천만 개비에서 올해 1분기 6억3천만 개비로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KT&G 역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증가의 절반 정도가 전자담배 기기 및 스틱 매출의 증가 덕분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세계 전자담배시장이 계속 발전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내만 봐도 일본의 전자담배업체인 죠즈재팬리미티드가 이르면 6월 액상형 전자담배 ‘죠즈’를 공식 론칭한다. 죠즈는 4월14일부터 4월16일까지 중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담배 전시회 'IECIE'에서 전자담배 3종과 전용 액상 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죠즈 시리즈는 디바이스의 디자인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며 전용 액상 팟 개발에는 중국 조향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도 영국에서 시범 판매한 액상담배 '아이코스 메쉬(IQOS mesh)’를 머지않아 일본과 한국에 출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T&G는 급변하는 전자담배시장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KT&G는 앞으로 담배사업에서의 경쟁력, 액상담배라는 새로운 전쟁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주가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