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발행어음 부당대출’ 논란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 사장은 금융당국의 경징계 제재를 받아 한숨 돌리나 했지만 검찰수사라는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됐다. 
 
[오늘Who]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검찰수사 부담도 안아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최근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부당대출을 놓고 금융∙기업범죄전담부서인 형사7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담당 검사는 김진호 부부장검사로 정해졌다.

검찰수사는 금융소비자원이 한국투자증권의 유상호 부회장, 정일문 사장, 한국투자증권 법인 등을 사기, 증거인멸, 부정거래행위 등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이번 고발이 복잡하고 전문적인 데다 부당대출의 규모가 적지 않고 개인대출을 해준 상대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관계자는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이 한국투자증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어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 한국투자증권은 신뢰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전·현직 대표이사 등은 고객과 투자자의 자산을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도 불법적 방법을 이용해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어음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개인대출에 활용했다”며 “이는 명백한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검찰수사의 결론이 나기 전까지 발행어음은 물론 다른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금감원 제재 수위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대표 취임 이후 반년 가까이 답답한 상황을 겪었다. 

‘투자금융(IB) 전문가'로 꼽히며 기대를 모았는데 취임 이후 6개월 동안 정작 투자금융 강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발행어음 부당대출에 발목이 묶여 있어야 했다.

1분기 별도기준 투자금융(IB)부문 순영업수익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은 54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8%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은 226.5%, 미래에셋대우는 43.9%, 메리츠종금증권은 39.1% 등의 증가폭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검찰수사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없다”며 “지금으로선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1673억 원가량을 특수목적회사인 ‘키스아이비제16차’를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에게 대출해 줬다는 혐의를 받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개인대출로 활용할 수 없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당초 금감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이를 개인대출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 과태료 5천만 원을 부과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