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계열사인 삼성전기에서 인수한 PLP(패널레벨패키징)사업을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PLP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 최대 경쟁사인 대만 TSMC에 맞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효과를 볼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기술로 꼽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삼성전기에서 받은 PLP사업으로 시스템반도체 도약 가능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4일 “PLP사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삼성전자가 가야 할 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시설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6월1일자로 삼성전기에서 PLP기판 관련된 사업을 모두 인수한다.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에서 PLP사업을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시설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대량생산을 앞당겨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자금여력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연간 최대 수천억 원의 투자가 필요한 PLP사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관련된 시설투자만 60조 원가량을 들이기로 한 만큼 PLP사업의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PLP는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때 패키징 공정에 쓰이는 기술로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고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PLP를 가능한 이른 시일에 반도체 위탁생산에 활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 최대 경쟁사인 TSMC가 자체 반도체기판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PLP 상용화를 통한 기술 추격이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TSMC와 격차를 줄이려면 늦어도 2021년에 고사양 반도체에 PLP를 적용해야 한다"며 "2020년까지 1조 원에 이르는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TSMC는 현재 애플 등 주요 고객사의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하며 독자적으로 개발한 InFO(통합 팬아웃) 패키징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TSMC가 2016년부터 삼성전자를 제치고 애플의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을 독점하게 된 비결이 반도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InFO 기술이 지닌 독보적 장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뒤늦게 삼성전기와 공동개발을 시작한 PLP는 InFO와 유사한 방식으로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유일하게 TSMC의 기술을 뛰어넘을 잠재력이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PLP 기술의 발전과 본격적 양산 확대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성장을 위해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SMC보다 먼저 EUV(극자외선)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 생산기술 도입에 성공하면서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선두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하지만 반도체기판에 사용되는 패키징 기술도 미세공정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성능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기술로 꼽히는 만큼 삼성전자가 경쟁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체 개발한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 구동용 프로세서에 처음으로 PLP기판을 적용해 양산한 경험이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기에서 받은 PLP사업으로 시스템반도체 도약 가능

▲ TSMC의 InFO(왼쪽)과 삼성전기의 PLP 반도체 패키징기술 안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또는 서버용 프로세서와 같은 고성능 반도체까지 PLP를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와 AMD 등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의 주요 고객사들이 스마트폰과 서버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PLP 기술을 앞세워 애플 아이폰용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TSMC에서 되찾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시장 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홈페이지에 분석자료를 내고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PLP 기술 적용은 기술적 혁신"이라며 "전력 소모와 발열을 줄이고 성능을 높이는 데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PLP사업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