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병, '원신한'으로 금융 대장주 자리 탈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17년 3월 취임할 당시 신한지주 주가는 4만8천원 대였는데 2년2개월여가 지난 지금은 2천 원가량 떨어졌다. 같은 시기 은행계 금융그룹들과 비교해도 수익률은 5위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체질 변화를 꾀했던 시기였기에 그리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 한때 빼앗겼던 금융 대장주 자리도 올해 1월 되찾았다.

조 회장이 취임했던 시기는 KB금융지주의 도전이 거셌다. 2017년 상반기 순이익 격차를 바짝 좁힌 KB금융지주는 그해 3분기부터 1등 금융그룹이 된다. 금융 대장주도 KB금융이 차지했다. 

신한금융지주도 2011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순이익을 거두는 등 호조를 보이며 주가가 오름세였다. 하지만 KB금융지주의 성장세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욱 모았다.

그러나 조 회장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관리의 신한'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선택했다. 조 회장은 글로벌사업 확대, 디지털 경쟁력 강화, 비은행부문 강화 등 세 가지를 중심으로 공을 들이며 기반을 다진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해외로 눈을 돌려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간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국내 금융회사의 성공적 해외진출 사례로 꼽한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잇따른 인수를 통해 베트남을 거점 삼아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에서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하고 글로벌 정보통신기업들과 파트너십도 넓혔다.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 은행출신 인사들이 그룹 계열사의 주요 요직을 맡았던 관행도 깨뜨렸다.

2020년까지 각 계열사가 1등 사업부문을 늘리기 위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담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도 내걸었다. 또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하면서 취임 당시 12곳이었던 신한금융 계열사를 15곳으로 늘렸다.

조용병 회장 하면 '원신한'(One Shinhan, 하나의 신한)을 빼놓을 수 없다. 그룹 계열사 시너지를 키우고 신한금융의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걸 뜻한다.

그룹 매트릭스 조직이 대표적 '원신한' 전략으로 꼽힌다. 매트릭스 조직은 주요 사업부문을 지주사가 총괄하는 통합조직이다. 각 사업부문장은 계열사 CEO급 대우를 받으면서 그룹의 각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매트릭스 조직이 빠르게 안착하면서 신한금융의 수익 증가에 톡톡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조 회장은 취임 당시 실적과 시가총액에서 경쟁 금융그룹에게 위협받는 형세에서 임기를 시작했지만 2년 동안 그룹 협업체제와 인수합병을 통해 비은행부문을 성공적으로 강화하면서 신한금융지주의 리딩금융그룹 지위를 굳건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신한지주 주가, 기초체력 갖추고 가파르게 우상향

2017년 8월 신한지주 주가는 장중에 5만5500원까지 오른다. 조 회장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가장 높았던 주가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순이익 증가세가 나쁘지 않았던 데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2017년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는 흐름과 맞물리면서 뚜렷한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2018년 8월 중순부터 9월 초 조 회장은 신한금융의 인수합병을 성사했다. 신한금융이 인수합병시장에 나선 것은 2007년 LG카드를 인수한 지 11년 만이다. 

다만 그 당시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코스피 시장이 얼어붙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주가는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북한과 미국 정상회담 등을 둘러싼 경계심리,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과 맞물린 데다 ‘채용비리’ 악재도 불거졌다.

조용병 회장은 신한은행 '채용비리'로 검찰수사를 받고 현직 금융지주 회장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불구속 기소돼 현재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조 회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경영활동을 펼쳤다.

그 때문이었을까. 2018년 10월31일 신한금융지주는 금융 대장주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KB금융지주에 자리를 내준 지 1년4개월 만으로 악재 속에서도 거둔 성과였다.

하지만 그 뒤 ‘신한사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주가는 하향세를 보인다. 신한사태는 2011년 벌어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경영권 분쟁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신한사태 및 남산 3억 원 사건를 재조사하라고 권고하면서 그룹 안팎이 어수선해졌다.

대외적으로 반도체 업황 악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어 주가 하락세가 뚜렷했다. 

이때 조 회장은 과감하게 신한사태를 청산하는 칼을 빼들었다. 신한사태와 연루된 계열사 CEO들을 모두 그룹에서 내보내는 ‘세대교체’를 실시하면서 또 다시 쇄신을 꾀한 것이다.

2019년 1월14일 52주 장중 신저가 3만81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지주사와 비교해 가파른 우상향 흐름 보이고 있다.

2018년 순이익 1위 자리를 되찾은 데다 신한사태에 선을 그었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그룹 왕좌를 결정지을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비은행부문에서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을 차례대로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신한금융지주의 기초체력을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 조용병은 안정적 리더십 갖춘 정통 신한맨

조용병 회장은 신한은행에 행원으로 입사해 33년 만에 은행장까지 오른 정통 '신한맨'이다. 글로벌사업담당 전무, 리테일부문·영업추진그룹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거쳤다. 

그룹의 자산운용업무를 통합하는 투자운용사업부문을 만드는 것은 조 회장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일할 때부터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2015년 신한은행장에 오를 때에 깜짝 발탁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신한사태에서 상대적으로 한발 떨어진 중립적 인사로 꼽혔다는 점이 가장 주요한 포인트였다.

업무 추진력도 좋고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갖춰서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다잡는 데에는 적임자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정적 리더십’은 조 회장이 2017년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오를 때도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 조용병, 평소에는 소탈한 '엉클 조' 일할 때는 꼼꼼한 '전략가'

조 회장은 소탈하고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는 덕분에  삼촌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서 '엉클 조'(Uncle 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회장 자리에 오른 뒤 열린 신한금융 창립기념식 뒤풀이에서 직원들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도 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때도 회식자리에서 직원들과 사발에 소주를 부어 마시며 어울린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략가인 만큼 일을 할 때는 신중하고 꼼꼼하며 기회를 잡으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보인다.

시대가 변해도 국가 기업 인생 등 모든 경영에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론을 지니고 있다.

‘딴지'를 거는 기업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신한은행장에 오른 뒤 임원회의에 ‘레드팀’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회의할 때마다 임원 2명이 딴지를 놓는 일종의 당번이 된다. 허울뿐인 회의가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거라고 한다.

◆ 신한지주 주가, 비은행부문과 글로벌사업 안착으로 성장 기대

조 회장이 2년 동안 그룹의 이익체력을 탄탄하게 다져온 만큼 앞으로 주가는 우상향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은행부문의 경쟁력을 앞세워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순이익을 새로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다른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1등 금융그룹 지위 역시 유지할 가능성도 높다. 

다만 변수는 조 회장의 신한은행 채용비리 재판 결과, 신한사태와 관련된 인사들의 검찰수사 결과이다. 

올해 말부터 논의될 조 회장의 연임, 또는 차기 회장 선임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금융주가 일반적으로 CEO 리스크에 둔감하다고는 하지만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요소이다.

조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비은행부문 강화와 글로벌사업의 실질적 성과 역시 올해 지켜봐야 할 요인이다.

지주 중심의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한 만큼 조 회장이 내세우는 ‘원신한’에 얼마나 빠르게 녹아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