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고 변화를 막아서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남긴 말이다. 이 대표는 택시업계가 ‘타다 OUT’을 외치면서 승차공유서비스에 반발하는 상황을 놓고 모빌리티시장의 변화를 막아서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쏘카와 타다 이재웅은 정부에 무엇이 그렇게 불만인가

이재웅 쏘카 대표.


택시업계는 차량공유서비스에 반대하고 있다. 15일 개인택시 기사 안모씨가 분신해 숨졌다. 벌써 4번째 분신이다.

택시업계에서는 벌써 4명이 죽음을 선택할 정도로 모빌리티산업 변화에 극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 

택시업계에서는 변화에 막아서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새다.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 그들이 내건 슬로건이다.

‘타다 OUT’이라는 슬로건이 내걸어진 이유는 타다가 모빌리티시장 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웅 대표가 운영하는 쏘카는 자회사 VCNC를 통해 타다 서비스를 운영해 신사업의 상징적 인물이 돼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변화를 막아서는 택시업계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는 택시기사의 분신을 놓고 “죽음과 폭력은 멈춰야 한다”며 “죽음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화하고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택시업계와 대화할 의지와 상생대책을 내놓을 것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 대표는 정부의 미지근한 태도에 불만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치열한 설전을 벌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대표가 줄기차게 문제삼는 것은 어쩡쩡하게 봉합하려고 하면서 뒷짐지고 있는 정부의 태도인 것이다. 이는 그가 정부의 정책과 의지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에서 민간 공동본부장을 맡았으나 한계를 느끼고 12월 사임했다. 

처음 본부장에 위촉될 당시 혁신성장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기존 시스템을 뛰어넘어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혁신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돌연 사임하면서 페이스북에 “당신의 제안서는 혁신적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 차라리 실패한 절차를 밟는 것이 낫다”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렸다.

기획재정부측에서 이 대표에게 큰 힘을 실어주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혁신성장본부는 정부조직으로 흡수됐다. 이 대표가 맡았던 민간본부장 자리는 3개월 공석을 이어오다 결국 사라졌다. 

홍남기 부총리는 혁신성장추진단에 민간본부장이 사라진 이유를 설명하면서 “전임 본부장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본인의 의지만 있었다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부총리 본인 의지만 있다면 혁신성장을 더 이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벌인 설전도 마찬가지다. 

최종구 위원장이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어야 한다"며 이 대표를 훈계하자 이 대표는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며 받아쳤다. 

이 대표는 승차공유문제에 해결책을 내놨다는 태도를 보인다.

“(모빌리티 산업에) 규제를 더 만드는 것, 택시산업을 해결하겠다고 더 많은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 이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이런식으로 방향을 잡으면) 어느 순간 자율주행시대가 오게 될 때 택시산업이 더 안좋아진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정책의 방향을 지적한 말이다. 그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개인택시 면허를 정부가 구입해서 감차해주는 것”이라며 “이 방법이 (택시업계가 느끼는) 공포를 없애고 정부의 정책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대표의 해결책이 정답은 아니다.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는 고려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결정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조정안으로 한시름 놨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택시업계의 공포를 잠재우고 설득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택시업계의 주장대로 카풀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만 대표격으로 포함되고 개인택시업계는 혜택을 못 받는 등 온전히 모든 업계를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계속 꼬이는 이유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소비자도 빠져 있다. 

이재웅 대표는 “가장 중요한 모빌리티의 이용자가 빠지고 카카오와 택시4단체와 국회의원들이 모인 기구를 사회적 대타협기구라고 명명한 것부터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수십만 명의 택시기사가 있다고 하는데 택시 이용자는 수천만 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하고 있으며 (국민의 입장을 아무도 대변하고 있지 않은)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나온 결론을 국민이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라면서 “택시기사들을 위한 대책과 관련 비용을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지, 부담하게 된다면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소비자인 국민이다. 택시비용의 인상, 타다 서비스 등 승차공유서비스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면서 실제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국민이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빠른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