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파장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됐다.

미국 정부가 우리 외교부에 장기적으로 화웨이 장비의 퇴출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 LG유플러스는 부담을 안게 된다.
 
LG유플러스, 화웨이 제재 파장 덮쳐오나 불안한 마음 가득

▲ LG유플러스 로고.


23일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미국 측이 5G통신장비 보안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우리도 이러한 뜻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 두 나라는 이 이슈를 놓고 지속적으로 협의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우리 외교부에 한국 안의 민감한 지역에서는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통해 통신 서비스를 하지 않도록 해줄 것과 최종적으로 화웨이 장비 퇴출을 요구했다는 언론보도에 따른 대응이다. 

LG유플러스는 영국, 독일 등 미국의 동맹국이 미국의 화웨이 봉쇄에 동참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더욱 마음을 졸일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독일의 반도체 업체인 ‘ARM’, ‘인피니온’ 등은 화웨이에 부품 공급을 중단했고 일본의 통신사 ‘KDDI’와 ‘Y! 모바일’은 화웨이 신형 스마트폰을 팔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정부가 지금까지 LG유플러스에 화웨이 장비와 관련한 조치를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보안문제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개별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하기 힘들다는 점을 들어 미국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도 이와 관련해 이날까지 정부로부터 들은 얘기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LG유플러스는 수도권 5G통신망과 4G LTE망에 화웨이 장비를 상당수 도입한 터라 미국 정부의 '압박'을 큰 부담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는 LG유플러스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했다는 점에서 부담은 더욱 커진다.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하고 미국이 화웨이 봉쇄정책의 강도를 높이면 LG유플러스의 통신사업은 어려움에 놓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이미 깔아놓은 장비를 뒤엎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화웨이 봉쇄가 장기화하면 이미 깔아놓은 장비의 유지·보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통신장비부품은 6개월 이상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거래중지를 결정한 미국 IT업체들이 기존에 했던 주문까지 취소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1년 정도의 부품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바라본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통신장비 재고물량은 내년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국제적 이슈를 놓고 잘 대처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전에도 미국 정부로부터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2013년 LG유플러스가 LTE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버락 오바마 정부는 한국 정부에 화웨이가 한국 네트워크시장에 진출하면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통신내용을 감시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 등 미 상원 의원들이 잇달아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등에 한국의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면 한미동맹을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고도 보도했었다.

당시 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이상철 전 부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하게 화웨이 장비를 밀고 나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