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 롯데면세점 대표가 국내 면세점 출혈경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대표가 태국 공항면세점 운영권에 도전장을 내면서 취임 이후 첫 입찰전을 이끌게 됐는데 상황이 녹록지는 않아 보인다.
 
[오늘Who] 이갑, 롯데면세점 마케팅 뒷심으로 태국 공항 따내나

▲ 이갑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대표.


롯데면세점은 현지 항공기업인 방콕에어웨이와 컨소시엄을구성해 태국 수완나폼 공항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입찰서류 제출은 22일 끝났으며 31일 최종 입찰자가 결정된다.

롯데가 운영권을 따내면 2020년 9월부터 2031년 3월까지 10년 동안 아시아 관광대국인 태국의 관문에서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에게는 쉽지않은 싸움이다. 경쟁자들이 워낙 쟁쟁하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은 롯데면세점 컨소시움을 비롯해 세계 1위 면세점업체인 듀프리와 태국 로열오키드셰라톤이 구성한 컨소시엄, 태국 킹파워인터내셔날이 3파전을 벌인다.

킹파워인터내셔날은 태국 현지 면세점시장에서 점유율 98%를 차지하고 있는 지배적 사업자다. 킹파워그룹은 태국 왕가뿐 아니라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태국 정부가 킹파워그룹 측에 거리를 두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에서 롯데면세점에게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

태국공항공사(AoT)는 당초 수완나폼공항과 치앙마이, 핫야이, 푸켓공항 등 4개 국제공항을 묶어 패키지로 운영권 입찰을 진행하려 했다. 그동안 이 공항면세점들은 모두 킹파워인터내셔날이 독점적으로 운영해왔으며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방콕에 있는 수완나폼공항이고 나머지는 지방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입찰 공정성을 두고 '몰아주기'라는 부정적 여론이 일면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입찰을 분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서 제출 날짜가 촉박한데 한 번에 진행하면 사업계획서 제출에 부담이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수완나폼은 따로 떼고 나머지 3개 공항면세점을 묶어 2개의 패키지로 나뉜 것이다.

다만 면세점업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도 태국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태국 기업을 우선하는 주의가 강하다보니 롯데면세점이 결과를 낙관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지에 있는 기존 면세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도 이번 입찰 승리가 꼭 필요하다.

현재 태국 방콕에 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이지만 공항 인도장을 킹파워인터내셔날이 독점하고 있어 토산물만 팔 수있고 수입품은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롯데면세점이 공항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면 이후 진행되는 인도장 구역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태국은 연간 외국인 방문객이 35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강국이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이 가운데 1천만 명은 씀씀이가 크기로 유명한 중국 관광객들이다.

이 대표는 내년에 해외에서만 매출 1억 달러를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는데 태국이 큰 동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 대표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롯데면세점 대표에 오른 것도 해외사업 확대 기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국내 면세점시장은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하다보니 가이드들에게 주는 송객수수료를 주고나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 데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을 거쳐 2013년부터 롯데정책본부 운영실 운영2팀장을 맡아 마케팅에 밝다고 평가된다. 롯데면세점이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는 동남아지역에서도 촘촘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지난해 7월 동남아 최대 규모의 인플루언서 마케팅회사인 거쉬클라우드, 같은 해 11월 키스톤마케팅과 동남아 디지털 마케팅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수완나폼공항면세점 입찰을 두고 "아직 최종 입찰자가 발표되지 않은 만큼 입찰과 관련해 입장을 전하기는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