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 실리콘웍스가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의 성장세에 힘입어 글로벌 ‘팹리스’회사로 도약을 노린다.

팹리스산업을 놓고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설 뜻을 밝힌 만큼 실리콘웍스는 적극적 고객사 확대와 함께 순현금을 활용한 인수합병(M&A) 등으로 외형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웍스, 글로벌 팹리스회사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 만나

▲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이사.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실리콘웍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웍스는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펩리스회사다. 팹리스회사는 자체적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설계만 담당하게 되는데 퀄컴과 엔비디아 등이 주요 기업으로 꼽힌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레드 패널의 수요 증가에 따라 실리콘웍스가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모두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올레드 DDI(모바일 디스플레이 구동칩)과 D-IC 등을 양산하는 기업이 많지 않아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최영산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실리콘웍스는 LG디스플레이 물량을 독점하고 BOE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현재 디스플레이업황 변화가 실리콘웍스에 긍정적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웍스는 지금까지 주로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에 올레드 TV용 D-IC와 모바일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터치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통합싱글칩(TDDI), T-Con 등을 공급했고 최근 들어 BOE에 중소형 올레드(OLED) 패널용 D-IC의 50% 이상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리콘웍스는 특히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한 데 힘입어 국내 전체 팹리스 매출액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세계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해 장기적 성장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반도체시장 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팹리스시장 점유율은 미국 68%, 대만 16%, 중국 13%를 나타냈고 한국은 1%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는데 그쳤다. 실리콘웍스 단독 점유율만 따지면 0%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부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 등이 글로벌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히는데 실리콘웍스가 강점을 지니고 있는 올레드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고객사를 확보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레드 TV용 DDI와 스마트폰 올레드 패널용 D-IC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실리콘웍스와 함께 삼성전자와 대만 노바텍 등 3개 회사뿐이다. 

실리콘웍스는 삼성전자가 자체 스마트폰용 물량에 집중할 때 LG디스플레이 물량과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물량을 선점해왔기 때문에 디스플레이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앞으로 고객사 확보에도 유리한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설 공산도 크다. 퀄컴과 엔비디아 등 거대 팹리스기업들은 지금까지 수차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미국 팹리스시장이 68%의 압도적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점도 공격적 인수합병에 힘입은 결과다.

팹리스의 특성상 대규모 설비투자(CAPEX)가 필요 없고 현재 실리콘웍스가 확보하고 있는 순현금만 하더라도 2400억 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올레드 반도체 관련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올레드가 LG그룹 신성장축의 하나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의 적극적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LG그룹은 최근 ‘구광모 회장 시대’를 맞이해 인수합병을 통한 새 성장동력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의 팹리스 육성정책까지 더해져 실리콘웍스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더욱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시장의 성장을 위해 비용 지원과 세제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경기도 판교의 팹리스 넥스트칩을 방문해 “한국판 퀄컴이나 NXP와 같은 우수한 팹리스기업이 배출되는 것이 진정한 시스템반도체산업의 발전”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후속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정부가 수요처의 다양화를 뒷받침해 준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라고 생각한다”며 “실리콘웍스도 이에 힘입어 납품처를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