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이 금융회사 인수전에 처음 뛰어들며 조 단위의 ‘통큰 베팅’을 했지만 결국 롯데카드 인수에서 멀어지게 됐다.

각종 논란에 휩싸이기만 했을 뿐 손에 거의 다 잡았던 롯데카드를 놓치게 되면서 상처뿐인 인수전으로 남게 됐다.
 
한상원,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상처만 안고 '빈손'

▲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2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5월 초 한앤컴퍼니는 시장의 예상을 모두 깨고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에 오르며 ‘깜짝’ 주인공이 됐지만 20일 만에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에게 자리를 내줬다.

롯데지주와 한앤컴퍼니는 우선협상기간을 넘기면서도 꾸준히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인수 무산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결국 롯데지주는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앤컴퍼니로선 롯데그룹의 ‘지분파킹 의혹’과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의 탈세 혐의 등으로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상처만 입은 채 빈손이 되고 만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한 대표가 2010년 세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한온시스템, 쌍용양회, 에이치라인해운, SK해운, 웅진식품 등 주로 제조업과 유통업, 운송업 등을 중심으로 투자업력을 쌓아왔지만 금융회사에 손을 뻗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카드 지분 80%를 인수할 가격으로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1조4400억 원을 써내는 ‘통큰 베팅’으로 인수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각종 논란을 넘지 못했다.

한앤컴퍼니는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도 JKL파트너스에 이어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지만 이번 사태로 사실상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인수전에서는 완전히 발을 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가 그동안 시멘트, 자동차부품, 해운회사 등을 인수한 뒤 유사업체들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볼트론’ 전략을 활용했던 만큼 이번 롯데카드 인수를 계기로 앞으로 금융회사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모두 어긋나게 됐다.

한앤컴퍼니가 금융회사를 처음 인수하려 뛰어들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쉽게 봤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이번 거래 무산은 롯데그룹과 금융당국의 신중함 때문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애초에 롯데그룹도 KT 새노조의 고발 자체가 한앤컴퍼니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논란이 거세지면서 고심 끝에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검찰이 한 대표의 탈세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미룰 수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협상이 급선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앤컴퍼니는 한 대표를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KT 새노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해명했지만 어디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3월에 고발된 사건이 공교롭게도 한앤컴퍼니가 5월3일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직후인 5월8일부터 검찰수사가 본격화된 점도 한앤컴퍼니로서 억울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수사가 일찍 시작됐다면 애초에 본입찰 과정에서 이를 감안한 전략을 펼칠 수 있었고 반대로 검찰수사가 일주일이라도 늦게 시작됐다면 롯데지주와 본계약을 순조롭게 맺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지주로서도 협상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을 기다리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결국 한앤컴퍼니만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며 “검찰이 이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내더라도 한앤컴퍼니로서는 의혹만으로 이미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을 입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