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양회의 매각이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은 2012년 대한시멘트를 시작으로 2016년 쌍용양회를 인수하며 7년 동안 국내 시멘트업계 판도 변화를 주도했는데 투자대상을 바꿀 때가 됐다는 것이다. 
 
한상원,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인수 위해 쌍용양회 매각하나

▲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19일 시멘트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앤컴퍼니가 올해 안에 쌍용양회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 지분 77.44%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로 지분가치는 최근 쌍용양회 시가총액 2조9천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조3천억 원가량에  

이른다. 한앤컴퍼니가 2016년 1조4천억 원에 쌍용양회를 인수한 점을 생각하면 단순계산으로 9천억 원의 차익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한상원 사장은 쌍용양회를 인수한 이후 비시멘트부문을 정리하고 시멘트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등 특유의 ‘볼트온(Bolt-on)’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왔다. 

볼트온이란 사모펀드가 하나의 기업을 사들인 뒤 그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른 연관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으로 한앤컴퍼니는 볼트온 기법을 창의적으로 구사하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한앤컴퍼니는 2012년 대한시멘트를 인수한 뒤 2013년 한남시멘트, 2015년 대한슬래그를 매입했다. 그리고 2017년 쌍용양회가 이 회사를 인수하게 하면서 시멘트를 놓고 쌍용양회를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쌍용양회는 시멘트업계 전반적 실적 부진 속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성공하며 꾸준히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냈다.

2015년 이후 매출은 30% 가량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2015년 10.7%에서 2016년 17.9%, 2017년 16.5%, 2018년 16.4%를 보였다. 2016~2018년 3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낸 것은 시멘트업계에서 쌍용양회가 유일하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를 인수한 뒤 고배당 기조를 유지하며 매년 수백억 원의 배당수익도 얻었다. 쌍용양회 배당금은 2016년 280억 원에서 2017년 1056억 원, 2018년 1870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앤컴퍼니와 같은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3~10년 동안 경영 정상화를 통해 가치를 높이고 시장에 되파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는데 지금이 쌍용양회를 몸값을 높게 받기에 적기라는 얘기가 나온다. 

시멘트업계 2위인 한일시멘트는 4월 투자설명서에서 “향후 쌍용양회의 인수합병이 진행되면 시멘트업계의 경쟁구도 및 수익성이 변동될 수 있다”고 쌍용양회 매각 가능성을 시멘트업계 투자의 불안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한 사장이 이끄는 한앤컴퍼니는 최근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하나금융그룹,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한앤컴퍼니는 경쟁사들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물론 롯데그룹이 내건 고용승계 등 조건도 모두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앤컴퍼니가 최근 들어 호텔현대를 인수하는 등 소비재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어 롯데카드와 시너지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투자금이 시멘트에서 소비재로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 사장은 8일 KT에 ‘엔서치마케팅(현재 플레이디)’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탈세 등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만약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롯데카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하는 등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현재로선 알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