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보유 부동산을 현물출자해 유동성 확보를 추진한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을 넘겨 확보한 자금으로 신사업에 투자하는 등 효율성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보유 부동산 리츠로 현금화해 보릿고개 넘는다

▲ 롯데백화점 강남점.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부동산을 현금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롯데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롯데리츠 신주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도가액은 4250억 원으로 정해졌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롯데리츠로부터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토지와 건물을 빌려쓰고 연간 226억 원가량의 임차료를 지불하게 된다.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강남점 등 자산을 운영해 받는 임대료를 배당재원으로 내세워 연내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롯데리츠는 롯데지주의 100% 자회사 롯데AMC가 운영한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등에 투자하거나 운영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다. 개인투자자가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관리가 쉽고 과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리츠는 결산을 할 때마다 주주들에게 배당 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기 때문에 롯데쇼핑은 배당수익도 얻을 수 있다. 수익과 비용구조가 단순한 만큼 배당의 예측 가능성 역시 높다.

롯데쇼핑이 보유 점포 부동산을 리츠 형태로 현금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매장의 성장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발을 가볍게 하고 투자재원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5% 이상 줄고 순손실도 2배 이상 커졌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7.1%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앞으로 강남점뿐 아니라 롯데백화점 광주점, 구리점, 창원점 등 8개 정도의 부동산을 리츠 방식으로 유동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산 규모와 공모물량을 최소화시킴으로써 롯데리츠의 상장이 실패할 확률을 줄이기 위해 우선 롯데백화점 강남점부터 추진하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2014년에도 20여개의 롯데백화점과 마트를 묶어 1조 원대의 리츠를 싱가포르에서 상장하려다 무산된 경험이 있다. 게다가 최근 경쟁사인 홈플러스도 리츠 상장에 실패한 만큼 더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리츠는 올해 초 상장을 시도했는데 부동산 50여 개를 한꺼번에 리츠에 담아 자산 규모가 4조3천억 원에 육박했다. 구주 공모로 1조7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해야 하다 보니 결국 상장이 철회됐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은 서울 중심의 노른자 입지에 있는 핵심자산이기 때문에 이번 현물출자는 롯데리츠를 성장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 롯데리츠를 통해 조달된 자금은 롯데쇼핑의 기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투자하는 데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