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참여연대 이상훈 “소액주주 참여가 기업 경쟁력 높인다”

▲ 이상훈 변호사.

“소액주주의 경영참여를 확대해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기업 경쟁력도 높아진다.”

참여연대 실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이상훈 변호사는 16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은 소액주주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꼭 필요한 내용은 빠져있다”며 제도를 더 보완해 소액주주의 경영참여 수단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4월24일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마련해 늦어도 올해 안에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방안에는 전자투표 편의성 제고, 임원 선임안건 내실화, 주주총회 소집기간 연장, 주주총회 분산 개최 의무화 등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를 장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주주총회 전자투표 의무화 등 중요한 내실화 방안은 법 개정사항인데, 이번 방안은 법은 그대로 둔 채 운영절차를 개선하는 정도의 내용만 들어있다. 긍정적 측면은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국가의 선거제도로 비유하자면 핵심적 선거제 개혁은 놔두고 선관위에서 후보자 정보 공개범위를 확대한다거나 투표 장소를 확대하는 방안만 제시한 것과 같다.”  

-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 가운데 특히 보완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은?

“주주총회가 실질적으로 기업 의사결정의 최고기관이 되려면 경영진에 반대되는 의견까지 여과 없이 수렴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주주총회는 경영진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라 반대의견을 주장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 금융위 방안은 사소한 안건을 받아들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주주가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전자위임장의 악용 가능성을 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다른 주주로부터 전자위임장 형태로 의결권을 위임받는 것은 회사가 임의로 진행할 여지가 있어서 표 대결이 벌어지면 기존 경영진이 충분히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내가 잘 아는 회사 관계자도 앞으로 표 대결이 벌어지면 전자위임장을 활용해야겠다고 말한다”며 “이 부분은 법 개정이 없이도 추진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측면을 눈여겨보지 않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 기업 경영에서 소액주주의 경영참여를 확대하고 공정한 경영이 이뤄지도록 하려면 사회 분위기가 어떻게 조성돼야 하나?

“기업에 관한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망하면 주주나 노동자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 지역 음식점들도 연달아 피해를 본다. 기업의 문제가 그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혹시라도 경영진의 위법 부당한 행위로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회적 감시시스템을 갖추는 흐름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경영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진이 검찰이나 법원만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소액주주의 경영참여 수단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집중투표제에 관한 사회적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은 소액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수단이다. 상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게 아니라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사 3명을 뽑을 때 한 주를 지닌 주주는 3표를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액주주가 지지하는 사람이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대주주가 뽑은 이사 가운데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않고 대주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지닌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 방식이다.

이 변호사는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등이 도입되더라고 당장에 기업 경영에서 크게 바뀌는 것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액주주가 지지해서 선임되는 소수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더라고 이사회 표 대결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저도 상장기업 사외이사를 8년 동안 했고 현재는 사회복지법인 3곳의 외부이사로 있는데 경험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며 “현재 논의되는 상법개정안들이 모두 통과되더라도 이사회가 조금 투명하게 되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도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경영단체에서는 이런 시도들을 두고 기업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업 경쟁력은 경영진에게 아무런 견제 없이 무한의 자유를 준다고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최고경영진의 과감한 의사결정도 있어야겠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노동자들의 노동력, 사회의 지원과 관심 등이 모두 결합되어야 기업 경쟁력이 생겨난다.

경영진에게 무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보다 회사 내외부에서 경영진의 위법하고 부당한 행위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변호사는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일부 경영계의 지적을 두고 “누구든 하는 일을 간섭받는 것을 싫어한다”며 “그동안 최고 경영진이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채 자기이익만 살뜰하게 챙긴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라고 반문했다. 

- 기업 경쟁력 제고와 공정하고 민주적 경영참여 사이에 절충점이 도출될 수 있을까?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데도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지속가능한 기업이 아니다. 경영진이 모종의 터널을 만들어 회사 이익을 자기 주머니로 빼내는 행태가 부지기수다. 그것만 제대로 잡아도 기업 경쟁력은 높아진다.

그걸 바로 잡자는 정도의 경영참여 수위는 현재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그 밖의 경영참여 수위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면 된다.

물론 최고경영진 이외의 집단이 주요한 의사 결정구조에 참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성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런 논의에 앞서 경영진의 사익편취 문제를 해결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이 변호사는 1969년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법학 대학원을 수료했다. 한겨레 사외이사, 숙명여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현재 참여연대 실행위원, 경제개혁연대 정책위원,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