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정보통신(IT)업계 최초로 자산 10조 원 ‘재벌’의 총수가 됐다.
 
김 의장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대한 기업으로 키워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 카카오의 행보에 쏠릴 엄격한 시선에 부담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김범수, 국가공인 ‘재벌 카카오’ 이름값이 반갑지 않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16일 정보통신(IT)업계는 카카오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것을 두고 정보통신업계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에 반가움을 표시하면서도 우려하는 시각도 보이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공룡’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정보통신기업에 제조업에 바탕을 둔 전통적 ‘재벌’ 기업의 폐단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활동반경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1987년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작은 지분으로 회사의 소유권을 유지한 채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소속 금융회사를 사금고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규제들과 애당초 큰 상관관계가 없는 기업구조를 지닌 기업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고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데 카카오는 계열회사 사이 순환출자가 지금도 없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2016년부터 계열사 사이 출자, 채무 관계가 전혀 없고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이 미칠 영향도 미미할 전망”이라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이 카카오의 의사결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장의 고민이 깊어질 부분은 오히려 ‘대기업’이 주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의 '재벌' 이미지다.

카카오는 이미 ‘국민’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광고, 게임, 커머스, 콘텐츠, 간편결제 등 금융,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분야로 경계 없이 사업을 확장하며 여러 차례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을 겪어왔다.

인터넷커뮤니티 등에서는 ‘카카오왕국’, ‘카카오랜드’ 등의 별명이 따라붙은 지도 오래다.

일반 소비자들의 눈에 비친 카카오는 이미 더할 수 없이 크고 강력한 사업자다.

카카오는 외형적으로도 자산 10조6천억 원. 연결대상 종속기업 93개. 계열회사 99개를 거느린 재벌이다. 

카카오가 명실상부한 대기업 반열에 오르면서 카카오의 사업 확장과 이익 추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사업을 키워가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경영행위지만 커다란 독점기업이 생겨나면 기업의 이익 추구에 소비자의 편익이 볼모로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톡 채팅탭 ‘비즈보드’ 광고를 도입한 것을 두고 이용자들이 불만과 거부감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돈을 잘 버는 ‘대기업’ 카카오가 이용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메신저 목록에까지 광고를 넣어 돈을 더 벌어야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의장은 현재 모빌리티와 금융 등 새로운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시각에 대한 부담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년 야심차게 추진했던 ‘카풀(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중단된 뒤 승차거부 없는 택시서비스, 전기자전거 등 마이크로모빌리티, 카카오T 대리 유료화 등으로 수익화에 바짝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사업은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 판결에 힘입어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등극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등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실제 카카오는 덩치와 비교해 수익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김 의장은 새로운 사업들의 성공이 절실하다.

네이버의 2018년 영업이익률이 16.87%인데 카카오는 2018년 영업이익률이 3.02%에 그친다. 카카오는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던 2016년, 2017년 영업이익률도 각각 7.93%, 8.38% 수준이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 미래를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다.”

김 의장은 2016년 카카오 스타트업캠퍼스 1기 입학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 총수가 된 김 의장이 ‘대기업 카카오’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까?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