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16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올해 수주목표 달성을 안정적으로 이루기 위해 LNG운반선 외에 해양플랜트 수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수주 속도 느린 현대중공업, 올해 수주목표 달성할 수 있나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현대중공업은 올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을 대량 수주해 목표를 달성을 할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발주량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주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지속되며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우려하고 있다. 주요 조선사들의 도크 사정을 볼 때 당장 발주를 확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선주들이 일부 선박의 발주를 미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실제 조선사가 우려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미국 정유회사 엑손모빌은 모잠비크 정부로부터 가스전 개발계획인 ‘로부마 프로젝트’의 최종 승인을 받았는데 이 프로젝트에 쓰일 LNG운반선의 일부 물량만 발주됐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로부마 프로젝트에 쓰일 15척의 LNG운반선 가운데 실제 입찰이 진행되는 선박은 8척 뿐이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나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올해 LNG운반선 발주량 전망치를 기존 69척에서 55척으로 낮춰 잡았다.

조선사들의 도크 사정을 봐도 선주들에게는 아직 여유가 있다.

조선 3사 모두 당장의 도크 사정은 빠듯하지만 올해 수주할 LNG운반선들의 인도시점이 2023년 이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1년에 LNG운반선 18~19척을 건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20척 안팎, 삼성중공업은 15~20척 수준의 건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수주잔량은 22척이며 대우조선해양은 36척, 삼성중공업은 32척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22년이면 조선3사 모두 LNG운반선을 건조할 도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LNG운반선 건조기간이 1년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의 인도시점을 맞추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아직 우려가 큰 상황은 아니다.

러시아의 민영가스회사 노바텍은 북극 LNG2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기술 파트너회사를 6월 선정하고 LNG운반선 15~20척의 입찰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량이 최대 60척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의 LNG운반선 발주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들의 실제 발주량마저 당초 예상보다 적다면 현대중공업의 수주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북극 LNG2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이 선박 수주를 따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프로젝트의 LNG운반선은 모두 쇄빙선(아이스브레이커)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쇄빙선 건조기술은 대우조선해양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최대 2.1m 두께의 얼음을 깨고 항해할 수 있는 ‘아크7’ 쇄빙선을 세계 최초로 건조했다. 이 기술을 앞세워 북극 LNG2 프로젝트의 선행계획인 야말 프로젝트에서 15척의 LNG운반선 수주를 싹쓸이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수주로 목표달성에 필요한 '보험'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올해 입찰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전망되는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3개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러나 수주 전망이 밝지만은 않아 현대중공업이 영업역량을 발휘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진행하는 해상유전 개발계획 ‘마르잔 프로젝트’의 1, 2, 4 패키지의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업스트림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입찰가격은 최저 2위 가격(Second-Lowest)이다. 적어도 한 회사 이상이 현대중공업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다.

베트남의 블록B 프로젝트는 삼성중공업과 경합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의 IGD-2 프로젝트는 스페인의 테크니카스-레우니다 컨소시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수주목표 달성률은 5.7%다. 117억3700만 달러의 수주목표액 가운데 6억6600만 달러만을 확보했다.

5월 초 일본 선사로부터 대형 가스운반선 1척을 수주했지만 가격이 7천만~8천만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중공업이 33%, 대우조선해양이 29.8%의 수주목표 달성률을 보이며 순항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대중공업은 좀처럼 수주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수주 확보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곧 대규모의 LNG운반선 발주가 시작된다”며 “해양플랜트 수주까지 따낼 수 있다면 하반기부터는 수주실적도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