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업계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만 두 번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이뤄진 만큼 하반기에는 금감원의 태도가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손해보험사 하반기 자동차보험료 인상 추진, 금감원은 험한 표정

▲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손해보험업계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만 두 번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이뤄진 만큼 하반기에는 금감원의 태도가 강경해질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16일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손해보험사는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 자동차보험료를 올린다.

악사손해보험이 5월 말에 1.4~1.5% 인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화재는 6월 첫째 주에 1.5%, 현대해상은 6월 둘째 주에 1.5%의 자동차보험료 인상계획을 세워 뒀다.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도 6월 초에 각각 1.5~1.6%, 1.0~15% 정도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기로 했다. 올해 1월 3~4% 인상한 데 이어 반년도 안돼 두 번째다. 

한 해에 두 번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손해보험사들은 나아가 두 차례의 인상만으로는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어렵다며 하반기에도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한다.

손해율이 적정 손해율을 웃도는 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근거다.

국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분기 말 기준으로 80%를 웃돌고 있다. 업계 1, 2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손해율은 각각 85.1%, 83.8%다.

손해율은 손해보험사가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가운데 보험사고로 지불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사업비 등 비용을 고려해 78~80% 정도를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로 바라본다.

금감원은 더이상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부정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의무보험이라 소비자물가지수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이미 보도자료 등을 통해 먼저 손해보험사들이 사업비 절감 등 자구노력을 통해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당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시장개입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우회적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한 해에 자동차보험료를 세 번 올리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보니 손해보험사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약 할인율을 낮추는 등 방법으로 손해율 개선노력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으로서는 손해보험사들이 또 다시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는 상황을 마뜩찮아 한다.

금감원은 손해보험사들이 사업비를 절감하는 등 자구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금감원이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명확한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이 2월에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령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노동가동연령은 사망, 장애 등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보험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

금감원도 4월에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취업가능연한 등 보험료 산정기준을 개정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이번 취업가능연한 개정은 보험금지급액을 1250억여 원 늘려 보험료 원가를 1.2% 높이는 효과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