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노조 총파업이 고비를 넘어섰지만 중앙정부의 버스업계 지원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와 버스노조는 대중교통의 환승할인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정부에서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교통시설특별회계법 개정 여부를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버스파업 고비 넘겼지만 정부의 버스 재정 지원 논란 불씨 남아

▲ 류근중 한국노총 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오른쪽)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버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노총 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주52시간 시행에 따른 버스 노동자의 임금 감소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본질적 방법으로 중앙정부의 버스 재정 지원 확대를 들고 있다. 자동차노조연맹은 버스 운전기사 등의 운수사업 노동자를 대변한다.

이번에 국토교통부와 협의로 경기도 등의 버스요금 인상이 결정됐지만 최저임금이 매년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 처방으로 지적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검토 중인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준공영제 확대는 소관 지자체의 예산 부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류근중 자동차노조연맹 위원장이 총파업을 앞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 위원장은 중앙정부의 버스 재정 지원을 확대할 구체적 방법으로 교통시설특별회계법에 규정된 분야별 계정에 ‘버스 계정’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전용으로 미리 배분한 특별회계 예산을 말한다. 현재 도로, 철도, 교통체계관리, 공항, 항만 등 예산을 쓰는 분야별로 계정을 나누고 있다.

류 위원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지원과 대중교통 활성화정책에 필요한 비용을 지자체 책임으로 모두 돌리는 일은 문제가 있다”며 “버스 계정을 만들어도 중앙정부가 버스회사가 아닌 지자체에 자금을 지원해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버스 계정을 신설해 버스 사업자의 적자를 보전하기는 힘들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택시 등의 다른 대중교통과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도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버스 운송사업의 사무와 재원을 2005년 지방으로 넘긴 만큼 관련 지원도 지자체가 맡는 쪽이 맞다”고 말했다. 

현행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버스 운송사업의 재정 지원은 중앙정부에서 지원할 수 없는 사업으로 명시돼 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버스 계정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2016년 대표발의한 교통시설특별회계법 개정안도 3년 동안 국회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국토교통부는 광역버스의 관리 주체를 지자체에서 중앙정부(국가사무)로 옮기기 위해 여객운수사업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버스를 향한 재정 지원을 일정 부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홍 부총리도 교통시설특별회계법 개정은 힘들지만 교통시설특별회계 가운데 버스 관련 조항이 포함된 교통체계관리 계정을 통해 광역버스 재정을 지원할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자동차노조연맹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광역버스의 국가사무 전환 등을 추진하는 행보는 긍정적이지만 교통정책의 중심을 기존 도로건설에서 대중교통 운영으로 옮기는 방향은 지속돼야 한다”며 “토론회와 전문가 협의 등을 통해 교통시설특별회계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