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고가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가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고 있지만 소비자들에 '제값 주고 사기 아까운 상품'으로 인식되는 이미지를 약점으로 안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버즈를 갤럭시S10 예약구매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 사은품 이미지 약점 안아

▲ 삼성전자의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이미지.


15일 온라인 중고물품 판매 사이트에서 출고가 15만9500원인 갤럭시버즈 새 상품이 최저 10만 원에 팔리고 있다. 

온라인 판매사이트에는 가격이 낮은 삼성전자 갤럭시버즈 매물이 많이 올라와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갤럭시S10+ 예약구매 고객에게 무료 사은품으로 증정한 제품일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버즈를 일반 소비자에도 판매하고 있는데 이런 사은품 마케팅이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는 “갤럭시버즈는 사은품인데 제값 주고 사기에는 돈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 갤럭시버즈는 무선 이어폰 경쟁상품과 비교해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다.

갤럭시버즈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 음향기기 자회사인 하만의 음향 기술도 적용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와이어드는 “에어팟을 포함한 일부 이어폰보다 음악 소리가 더 선명하고 음역대가 넓다”며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아 음악에 맞는 EQ 프리셋을 조정할 수 있어 다양한 모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에 '기어 아이콘X'를 내놓으며 무선이어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7년에는 아이콘X 2세대를 새로 내놓았지만 두 상품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삼성전자는 22만 원의 고가였던 기어 아이콘X 2세대를 2018년 출시한 갤럭시노트9의 사전예약 구매 사은품으로 지급한 적도 있다.

후속제품인 갤럭시버즈도 갤럭시S10 예약 구매자에 무상으로 제공되며 삼성전자 무선이어폰이 무료 사은품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 더 깊게 자리잡게 됐다.

삼성전자가 무선이어폰시장에서 입지가 약하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홍보효과를 노려 사은품으로 무선 이어폰을 지급했지만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갉아먹는 역풍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에어팟'으로 개척한 고가 무선이어폰시장에서 성장기회를 찾기 위해 애플의 무선이어폰 고급화전략을 벤치마킹하며 고가의 제품 출시를 이어오고 있다.

애플은 2016년 에어팟 출시 초반에 20만 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으로 소비자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단기간에 무선이어폰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삼성전자도 갤럭시버즈와 같은 고가 무선이어폰시장에서 성과를 보려면 애플과 같이 제품의 경쟁력에 자신감을 지니고 고가전략을 고집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글로벌 무선이어폰 브랜드별 판매량 조사에 따르면 애플은 2018년 4분기에 60%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시장의 침체에 대응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무선이어폰시장에서 성장기회를 노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무선이어폰 판매량은 4600만 대로 집계됐고 2020년에는 3배 이상 증가한 1억29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버즈에 사은품 이미지가 씌워졌다고 보지 않는다”며 “갤럭시버즈는 전작인 기어 아이콘X보다 성능 면에서도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