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폴크스바겐이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함께 만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외언론 보도가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이 폴크스바겐과 합작해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게 되면 업계 후발주자인 약점을 극복하고 글로벌시장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폴크스바겐과 손잡고 전기차배터리 확대 기회잡아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폴크스바겐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독이사회가 유럽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최대 10억 유로를 투자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14일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2019년 하반기부터 잘츠기터에서 파일럿 제품 생산을 시도하고 다음 단계로 독일 지역에 파트너사와 함께 기가팩토리를 설립해 배터리 셀을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

독일 언론은 폴크스바겐이 독일에 설립하는 배터리 공장의 협력사로 SK이노베이션이 유력하다고 지목했다.

일렉트리브넷(Electrive.net)은 “폴크스바겐이 독일 잘즈기터(Salzgitter)에 배터리공장을 세울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과 파트너쉽을 맺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일렉티브넷은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 일본 배터리 제조사인 파나소닉이 미국 네바다주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한 사례를 전하면서 “폴크스바겐은 스웨덴의 새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Northvolt)와도 협력관계지만 노스볼트의 배터리 생산기술 수준은 SK이노베이션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고 SK이노베이션이 파트너사로 유력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델스블랫(Handelsblatt)도 “폴크스바겐이 독일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한다”면서 “폴크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고 보도했다. 

독일 현지언론의 보도대로 SK이노베이션이 폴크스바겐과 협력해 유럽에 기가팩토리를 설립하게 되면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지게 된다. 

폴크스바겐은 향후 10년 안에 약 70종, 2200만대에 이르는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고 이를 위해서는 연 300 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필요로 한다.

또한 향후 3~4년 안에 2세대 전기차에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어서 이 물량을 합작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면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안정적 고객사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과 폴크스바겐이 협력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은 업계에서 지난 해 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11월 폴크스바겐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곧이어 SK이노베이션은 2022년부터 폴크스바겐의 북미 전기차 생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1조1천억 원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기 시작할 정도로 폴크스바겐과의 협력을 공고히 했다.

최근 LG화학이 영업기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폴크스바겐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한 경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2025년까지 폴크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은 400억~50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될 만큼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요 고객”이라며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로 폴크스바겐의 미국 공급 계약과 잠재고객을 잃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폴크스바겐과 합작공장을 설립하게 되면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과 관련해 폴크스바겐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소송전에 도움이 됨은 물론 다른 고객사의 수주를 받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폴크스바겐과 협의는 오래 전부터 진행 중이다”며 “현재로서는 합작 형태나 장소에 대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