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의 금융사업 확대를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어섰다. 

김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등극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등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김범수, 카카오 금융사업 확대 위한 법적 리스크 벗어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 의장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15 안재천 판사의 심리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김 의장은 카카오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5개 계열사를 누락 신고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안 판사는 김 의장이 허위 자료의 제출을 인식하거나 용인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봤다. 

김 의장은 이번 무죄 판결로 카카오 금융업 진출의 최대 고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4월30일 2차 공판이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유죄가 확정되면 “(금융업 진출을 위한) 플랜B는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보이기도 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최대주주 등극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등을 추진해왔다. 

두 사안은 모두 금융위원회의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만 하는데 김 의장의 유죄가 확정되면 진행을 중단하거나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금융회사 대주주가 되려는 법인이나 동일인(기업총수)이 최근 5년 안에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았다면 금융위원회는 이를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결격사유로 볼 수 있다.  

김 의장의 무죄 판결로 카카오페이는 빠르면 5월 안에 바로투자증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의장은 4월9일 금융위원회에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중단사유가 없다면 2개월 안에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금융위는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KT처럼 심사중단 등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늦어도 6월 초에는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관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셈인데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는 카카오페이의 심사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김 의장은 카카오뱅크 대주주 등극을 위해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뱅크의 현재 최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58%)고 카카오는 지분 10%만 보유하고 있다.

김 의장은 한국금융지주가 들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 58% 가운데 20%를 액면가인 주당 5천 원에 넘겨받을 수 있는 콜옵션을 쥐고 있다. 

이 계약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20%의 지분을 카카오에 팔고 나머지 지분을 매각해 카카오의 지분보다 1주 더 적은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카카오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김 의장은 우여곡절 끝에 금융업 진출의 관문을 넘어섰지만 정보통신(IT)업계에서만 일해온 그가 각종 규제로 둘러싸인 금융업에서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IT업계에서만 일해온 자신의 경력과 관련 규제에 관한 무지 등을 언급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했다”며 “재판에서는 규제에 관한 무지가 승소로 이어졌지만 규제가 많은 금융업계에서는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치명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