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롯데카드 매각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14일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은 15일로 예정된 한앤컴퍼니와 롯데카드 매각 본계약 체결을 잠정적으로 보류했다.
 
검찰의 한상원 수사로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인수에 난기류

▲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앤컴퍼니와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며 “다만 본계약 체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8일부터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를 놓고 수사를 시작한 것이 본계약 체결 보류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검찰수사를 받는 것은 KT 새노동조합이 3월에 한 대표를 비롯해 황창규 KT 회장, 김인회 KT 사장 등 5명을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KT 새노조는 KT가 한앤컴퍼니로부터 ‘엔서치마케팅(현재 플레이디)’를 공정가치보다 424억 원 비싼 600억 원에 인수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황 회장 등은 KT에 배임, 한 대표는 초과이익에 부과되는 증여세 등 탈세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엔서치마케팅의 인수가격은 비슷한 기업의 거래가격과 비교해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며 “증여세 탈루 등은 이 거래와 관련해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피고발건은 KT에서 불거진 문제지만 그 불똥은 롯데카드 인수전의 최대 변수로 튀었다. 한 대표의 형사처벌 여부와 수위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사업은 인가사업이기 때문에 한앤컴퍼니가 최종적으로 롯데카드를 인수하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쳐 금융위원회의 의결로 최종 결정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되려는 법인의 대표가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한 대표가 이번 피고발건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사실상 대주주 적격성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다만 금융당국이 한 대표의 법 위반이 경미하다고 보고 예외를 인정할 수도 있다.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대주주 적격성 심사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크다. 금감원은 형사소송의 내용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절차 진행을 중단할 수 있다.

롯데그룹으로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가 지연되는 상황도 반갑지 않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올해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고 기한 내에 금융계열사 지분의 처분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지분 처분의 기한을 2년 연장할 여지는 있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것을 놓고 주변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롯데카드 노조는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고려하면 인력, 사업 등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 직원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롯데카드가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10일 롯데카드가 한앤컴퍼니에 매각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투쟁을 시작했다. 전체 임직원의 87%가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인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회사 외부의 시선도 부정적이다. 신용평가사들이 연이어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거나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고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카드의 무보증회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지만 부정적 검토대상으로 꼽았다.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카드를 장기 신용등급 등급감시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