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과 기업용 SSD 분야에서 협력해 낸드플래시 반도체사업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낸드플래시에 사용되는 공정 기술 발전에 빠르게 성과를 내며 낸드플래시 상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 인텔과 SSD 협력으로 낸드플래시 활로 찾을 수도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14일 IT전문매체 더레지스터에 따르면 인텔이 기업용 SSD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SK하이닉스에서 낸드플래시를 사들일 가능성이 떠오른다.

인텔이 자체 기술로 낸드플래시사업을 확대하는 데 한계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낸드플래시에 추가로 시설투자를 벌이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인텔은 낸드플래시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했는데 지난해부터 계속된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에 타격을 받고 기술 발전속도도 늦어지면서 사실상 사업을 축소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은 이전까지 주로 미국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기업용 SSD를 출시하면서 마이크론과 기술협력을 통해 자체 낸드플래시사업도 키워왔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지난해 초 인텔과 낸드플래시 기술협력을 중단하면서 인텔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인텔은 데이터서버에 주로 사용되는 기업용 SSD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2위 기업인 만큼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성능 낸드플래시 확보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더레지스터는 증권사 웰스파고 분석을 인용해 "인텔은 다른 반도체기업과 적극적으로 낸드플래시 확보를 위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중국 YMTC가 모두 후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더레지스터는 마이크론이 이미 인텔과 협력을 깬 만큼 다시 손을 잡을 가능성은 낮고 중국 반도체기업과 인텔의 협력도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텔이 기업용 SSD시장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에서 낸드플래시를 사들이는 것은 두 회사가 모두 꺼릴 수밖에 없다.

결국 SK하이닉스가 인텔과 손을 잡기 가장 유력한 반도체기업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력이 최고 수준에 올라 있고 기업용 SSD시장 공략도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업용 SSD에 사용하기 적합한 고용량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세계 주요 SSD업체에 샘플을 공급했다고 밝힌 96단 4D낸드 기반 QLC(쿼드레벨셀) 낸드플래시는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절감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96단 4D낸드가 낸드플래시업계에서 가장 발전한 3D낸드 공정 기술로 꼽히는 데다 QLC 공정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TLC(트리플레벨셀)보다 이론상 원가를 최대 33%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SSD에 사용되는 컨트롤러 등 기술력이 경쟁사보다 다소 뒤처진다는 약점을 안고 있어 자체 브랜드로 기업용 SSD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한계를 맞고 있다.
 
SK하이닉스, 인텔과 SSD 협력으로 낸드플래시 활로 찾을 수도

▲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반도체와 인텔의 기업용 SSD.


하지만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기술력과 인텔의 기업용 SSD분야 경쟁력이 만나면 강력한 시너지를 내 두 회사의 성장에 모두 기여할 공산이 크다.

반도체기업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다른 SSD업체에 낸드플래시 칩만 공급하는 것은 일반적 거래방식은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플래시사업에서 2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낸드플래시 공급 확대를 통한 반전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 절실하다.

기업용 SSD는 단가가 높고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서버 투자 확대로 수요 전망도 밝기 때문에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실적 반등을 이끌 수 있는 활로로 꼽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성능과 원가 경쟁력이 모두 뛰어난 고용량 낸드플래시로 시장 대응 능력을 강화해 기업용 SSD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