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에게 해외플랜트사업은 더 이상 천덕꾸러기 아니다

▲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가운데)이 11일 폴란드에서 폴리체 석유화학플랜트 프로젝트 계약을 맺은 뒤 관계자들과 착공식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폴란트 석유화학플랜트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엔지니어링>

대형 건설사의 해외 플랜트사업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과거 무분별한 외형 확대 위주의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신시장 개척은 물론 플랜트 기본설계(FEED) 등 수익성 높은 분야로 해외 플랜트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1분기 이후에도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들이 1분기 시장의 기대를 넘는 양호한 실적을 낸 데는 해외 플랜트사업의 수익성 확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 플랜트사업을 하는 대표적 국내 건설사인데 1분기 플랜트사업에서 평균 매출총이익률 7.9%를 보였다.

대형 건설사의 플랜트사업은 크게 그룹사나 관계사의 물량 등을 받아 진행하는 국내사업과 해외사업으로 구분되는데 수익성은 해외사업에 크게 좌우된다.

5% 가량의 판매관리비를 고려할 때 적자가 아닌 수익이 나는 수준인데 주요 대형 건설사들이 플랜트사업에서 전반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것은 이번 분기가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정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개 건설사가 아닌 다수의 건설사가 동시에 수익성을 크게 개선한 만큼 건설업계 전반적으로 플랜트사업에서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앞으로 수주할 사업의 신뢰성, 수익성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해외 플랜트사업은 과거 대형 건설사들이 저가수주로 무리하게 외형을 확장하면서 2010년 이후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 됐고 ‘문제의 프로젝트’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하지만 저수익 현장들이 하나둘 마무리되고 과거 경험을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선별수주에 나선 결과 최근 들어 ‘수익사업’으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플랜트사업을 하는 건설사들은 해외사업에서 크게 실적 발목을 잡힌 경험이 다들 있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위험요인을 최대한 파악해 보수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이 점이 최근 수익성 확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신시장으로 해외 플랜트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1일 폴란드에서 1조3천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를 따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처음 따낸 플랜트 수주일뿐 아니라 국내 건설사가 유럽연합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그동안 유럽연합(EU)에서 주로 자동차, 타이어, 전자 기업들이 투자한 공장이나 업무용 건물 등을 중심으로 공사를 진행해 왔다”며 “이번 대형 석유화학플랜트 공사 수주가 유럽연합을 향한 국내 건설사의 진출 공정 다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K건설은 4월 우즈베키스탄에서 7천억 원 규모의 정유공장 현대화 프로젝트를 따냈다. SK건설이 우즈베키스탄에서 진행하는 첫 프로젝트다.
 
대형건설사에게 해외플랜트사업은 더 이상 천덕꾸러기 아니다

▲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4월 서울 소공동 호텔에서 아방 압둘 라만 조하리 사라왁 주지사와 말레이시아 메탄올 플랜트 기본설계 계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EPC프로젝트를 넘어 수익성과 안정성이 한 단계 높은 기본설계 분야로도 사업영역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엔지니어링은 4월 각각 러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메탄올 플랜트 기본설계 계약을 맺었다.

기본설계는 EPC의 설계(Engineering) 앞단에서 이뤄지는 작업으로 EPC프로젝트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플랜트에 사용될 자재나 장비 등의 사안을 모두 결정하는 만큼 기본설계를 하면 EPC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삼성엔지니어링 모두 이번 기본설계 이후 발주될 10억 달러 규모의 EPC프로젝트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현재 나이지리아 LNG액화플랜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해외 선진 건설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본설계에 진행하고 있다.

LNG액화플랜트는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는 만큼 대우건설이 기본설계를 마친 뒤 본 EPC 프로젝트까지 따내면 해외사업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지역 화공플랜트 발주는 2019년 들어 큰폭으로 확대되고 있고 라마단 이후인 하반기부터는 더욱 빠르게 늘 것”이라며 “풍부한 프로젝트로 경쟁 강도가 완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선별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해외 플랜트사업의 지속적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