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의 몸집을 불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를 글로벌 증권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외형을 키우려 하고 있는데 홍콩 법인을 그 목표를 향해 가는 머릿돌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글로벌 가는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몸 불린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13일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늦어도 3분기 안에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에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마무리된다.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은 1월 5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한 바 있어 올해 상반기 들어서만 8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게 됐다.

이번 유상증자로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의 자기자본은 1조5천억 원에서 1조8천억 원으로 늘어난다.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 전체 자기자본(3조3천억 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홍콩 법인은 대형 투자를 늘리고 대체투자 역량도 강화할 것"이라며 “구조화 파생상품 중개 플랫폼을 구축하고 멀티솔루션조직을 신설하는 등 신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 몸집 불리기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가파른 성장세에 비해 자기자본의 규모가 작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은 연결기준으로 순이익을 2016년 21억 원에서 2017년 316억 원, 2018년 400억 원까지 내며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기업가치 1조 원에 육박하는 중국 기업의 홍콩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되고 홍콩 오피스빌딩의 중순위대출에 2800억 원을 투자하는 등 굵직한 거래를 따내고 있다.

다만 자기자본 규모가 성장세를 쫓아가지 못해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박 회장이 홍콩법인의 몸집 불리기를 서두르는 이유다.

박 회장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1위'라는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8조4천억 원 수준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해외법인이 낸 순이익 가운데 절반가량을 홀로 차지할 만큼 국내에서 해외투자를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 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를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만들어 아시아 최대 증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그에 맞는 몸집을 키우는 데 당분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일본 노무라증권의 자기자본 28조 원, 미국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은 100조 원 등으로 파악된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해외법인의 '교두보'로 삼은 홍콩법인의 몸집을 키우는 데 당분간 집중한 뒤 다른 해외법인들의 규모를 늘리는 데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가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다른 증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자기자본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박 회장은 당분간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을 늘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