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핵심 경쟁력인 미세공정 기술 발전을 놓고 대만 TSMC와 치열한 속도경쟁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기 공정인 5나노 기술 도입을 계기로 TSMC를 제치기 위해 반도체 양산시기를 앞당기고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 '5나노' 시스템반도체 양산으로 대만 경쟁사에 승부수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10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TSMC는 2021년부터 새 '5나노 플러스' 미세공정 기술을 반도체 위탁생산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TSMC는 지난해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EUV(극자외선) 기술을 처음 활용한 7나노 플러스, 6나노 공정의 상용화와 대량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양산을 앞둔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에 이어 5나노 플러스 공정까지 더해지면 구체적 양산계획이 잡힌 새 반도체공정만 4종류에 이르는 것이다.

IT전문매체 EE타임스는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사의 선택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TSMC는 필요하다면 5.5나노 공정까지 추가로 도입할 가능성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기술 추격에 대응해 다급하게 새 반도체공정 도입계획을 내놓으면서 기술 우위를 증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4월16일 5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며 올해 안에 6나노 반도체 설계를 마무리해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TSMC는 삼성전자와 같은 날 6나노 반도체 양산 일정을 처음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고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5나노 플러스 공정 도입까지 발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만큼 TSMC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추격에 위기감을 느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기즈차이나는 "삼성전자와 TSMC는 최근 반도체 공정 기술 발전에 큰 성과를 내며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가능한 빠르게 공개하는 유연한 전략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5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도입이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TSMC의 기술 우위를 제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 판단하고 있다.

TSMC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7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했지만 삼성전자는 7나노 공정부터 반도체 미세공정 구현에 필요한 EUV기술을 새로 도입하며 양산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어졌다.

하지만 TSMC가 7나노 플러스와 5나노 공정에 EUV를 새로 도입하며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이미 EUV 관련된 기술과 양산 경험을 확보한 만큼 5나노 공정 개발을 앞당기기에 유리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5나노 미세공정 반도체의 양산시점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기술을 개발한 뒤 양산까지 1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면 내년 초에 5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며 TSMC를 앞서나갈 수도 있다.

인텔은 수년 전까지 시스템반도체 공정 기술력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였으나 최근에서야 10나노 공정 기술을 확보했고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은 2021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인텔과 TSMC를 모두 제치며 기술 선두기업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아직 입지가 크지 않아 5나노 공정의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더라도 고객사 기반이 불확실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 '5나노' 시스템반도체 양산으로 대만 경쟁사에 승부수

▲ 삼성전자의 5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안내.


삼성전자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5나노 미세공정을 도입하며 고객사 확보를 위한 노력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기업에 직접 설계 기술을 제공하고 위탁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세이프' 지원 프로그램은 향후 5나노 반도체 미세공정까지 적용이 확정됐다.

삼성전자는 1장의 반도체 원판(웨이퍼)에 여러 종류의 다른 반도체를 생산해 원가를 절감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 기술도 5나노 반도체 양산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가 기술 지원과 원가 절감 등을 TSMC와 차별화 요소로 적극 앞세우는 것은 그동안 최신 반도체공정 활용에 소극적이었던 중소 반도체기업까지 고객사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기술과 지원을 통해 시스템반도체를 더 쉽게 설계해 출시할 수 있다"며 "대형 고객사와도 새 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