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가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세법개편안을 연기한 데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맥주제품이 국내 맥주시장에 진출을 앞두고 있어 맥주사업에서 어려움이 커질 수도 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중국맥주 공세도 앞둬 '시름'

▲ (왼쪽부터)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과 김태환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대표이사, 브루노 코센티노 오비맥주 대표이사 사장.


9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31일까지 중국 맥주인 ‘티안후’ 출시를 기념해 4캔 6천 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기존 '4캔 1만 원'으로 대표되는 수입맥주의 가격을 더욱 낮춘 것이다. 

또 다른 수입맥주 유통업체인 현원코리아도 이달 안에 중국 화윤설화의 맥주제품인 ‘슈퍼엑스’를 한국에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슈퍼엑스는 중국에서 1L에 1천 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세금 문제 등으로 1천 원보다는 높게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맥주 가격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수입맥주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국내 맥주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 비중은 20%로 3년 만에 2.5배 늘었다.

정부가 주세 개편안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국내 맥주회사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로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2020년부터 주세 개편안을 통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된다는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5월에 주세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또 다시 연기하면서 최근까지 세 차례나 미뤄졌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실장은 세제실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세 개편안 일정과 관련해 “주세 개편안이 소비자 후생과 주류산업 경쟁력, 통상문제 경쟁력 등에서 세밀히 짚어봐야 때문에 늦어지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최대한 빨리 조율하려고 하지만 구체적 일정은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수입맥주는 수입 신고가를 과세표준으로 삼고 있어 수입 신고가를 조절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이에 따라 국산 맥주업체들은 그동안 역차별을 주장해 왔다.

주세법이 제품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 용량과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뀌면 수입 맥주가 기존처럼 수입 신고가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일 여지가 없어진다.  

소주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자칫 주세 개편안으로 소주 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주는 가격과 비교해 알코올 도수가 높아 종가세에서는 세금을 적게 내지만 종량세로 바뀌면 세금을 기존보다 더 많이 낼 가능성이 높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맥주사업에서 부진을 소주사업에서 메우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주력 제품에 따라 주세 개편안을 놓고 온도차이는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