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의 발행어음사업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김성현,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의 경영행보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는 15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KB증권 발행어음사업 가시화, 김성현 박정림 '2인3각' 경영 탄력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


증권선물위원회는 8일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놓고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증권선물위원회가 내건 조건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수사의 진행상황과 관련해 비상 대비계획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윤 회장의 채용비리 수사상황과 관련해 “검찰의 불기소처분과 이에 불복한 항고를 서울고등검찰청이 기각했다는 상황을 고려해 단기금융업 심사중단 사유로 보지 않았다"며 "다만 금융위원회 상정 전 비상계획 수립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KB증권이 납득할만한 비상 대비계획안만 제시하면 무리 없이 금융위 정례회의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어음사업은 KB증권이 오랜 시간 기다려온 숙원사업이다.

KB증권은 2017년 7월부터 발행어음사업을 위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추진했으나 인가신청의 취소와 재신청, 보류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해 취임한 김 사장과 박 사장에게는 본격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박 사장은 4월 초에 “발행어음 업무에 필요한 인력과 인프라는 모두 준비됐다”며 “사업 인가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과 김 사장은 각자 맡은 자산관리(WM)부문과 투자금융(IB 부문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확대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발행어음상품 개발에 주력한다. KB증권은 5월 말이나 6월 초에 첫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 사장은 “차별화된 발행어음상품을 개발해 선발주자들을 부지런히 따라 잡겠다”며 “주요 고객층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금리의 발행어음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이나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연 평균금리인 3%와 비슷하거나 다소 낮은 금리의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이 발행어음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무리한 고금리를 제시해 경쟁을 촉발하기보다는 회사상황에 맞는 적절한 금리의 상품을 내놓고 그만큼 운용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꾸준히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운용하는 역할을 맡아 중소, 중견기업 등 새로운 투자처를 적극 확대하고 투자방식도 다양화한다는 계획을 세워 뒀다.

김 사장은 “대기업과 중소, 중견기업의 투자업무를 감당할 수 있도록 인력을 확보하는 등 준비를 해왔다”며 “매출이 꾸준한 기업 등에 다양한 형태로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발행주관(DCM), 기업어음(CP)인수 등 KB증권의 강점도 적극 활용해 기업금융 규모를 확대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금융 규모를 키워야 최근 증권사들의 주요 수입원인 부동산금융 등 투자금융(IB)의 규모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50% 이상은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하고 부동상금융에 투자는 30% 미만으로 제한된다. 즉 기업금융 투자를 키워 전체 발행어음 규모를 늘려야 부동산 투자여력도 늘어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B증권이 세 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시장에 참가하면서 올해 발행어음 시장은 1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바라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발해어음 잔액은 한국투자증권 4조2천억 원, NH투자증권 1조8천억 원으로 이미 6조 원을 넘어섰다. KB증권은 올해 안에 발행어음을 1조8천억 원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B증권 관계자는 “금융위의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오랜 기간 준비해온 사업인 만큼 최종 결정이 나면 시장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