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반조리음식(밀키트) 브랜드 ‘쿡킷’의 성공을 이끌 책임을 맡게 됐다.

이 부장은 CJ제일제당의 신사업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해 CJ그룹 후계자로서 입지를 넓히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신사업에서 경영능력 입증 출발

▲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장이 CJ 지분을 확보하며 CJ그룹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경영능력을 입증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부장은 최근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 지분 2.8%를 처음으로 확보하게 되면서 경영권 승계의 닻을 올렸다.

하지만 이 부장은 서른 살의 어린 나이로 대외적으로도 거의 드러나지 않아 경영능력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아버지인 이재현 회장이 33세에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 임원에 올랐다는 것으로 고려하면 이 부장도 조만간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부장으로서 임원으로 승진하기 전에 그룹 안팎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하다.

이 부장은 CJ제일제당의 신사업인 반조리음식사업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은 4월부터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1담당을 이끌고 있다. 식품전략기획1담당은 온라인 관련 식품사업의 전략을 짜는 부서로 CJ제일제당이 4월에 내놓은 반조리음식 브랜드 쿡킷도 담당한다.

반조리음식은 CJ제일제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업이다.  

반조리음식은 손질을 마친 식재료들을 한데 담은 가정간편식(HMR)의 한 종류다. 일반 가정간편식과 달리 소비자가 손질된 재료를 동봉된 레시피를 보고 전문가 수준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가정간편식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새 브랜드 쿡킷을 통해 반조리음식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CJ제일제당은 쿡킷을 대표적 가정간편식 브랜드인 ‘비비고’와 같이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반조리음식시장은 아직 200억 원 규모에 그친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반조리음식시장은 2018년 기준으로 각각 3조5천억 원, 8860억 원에 이를 만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반조리음식시장도 올해 400억 원으로 2018년보다 2배 커지고 2024년에는 약 7천억 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부장이 CJ제일제당의 반조리음식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 부장의 CJ그룹 내 입지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의 식품사업은 CJ그룹의 모태이자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도 크다. 나이가 어리다는 약점을 딛고 조기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도 명분이 되어줄 수 있다.  

이 부장은 2013년 CJ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과장을 거쳐 2017년 부장으로 승진하며 이 회장과 비슷하게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1985년 제일제당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리부, 기획관리부에서 거쳐 임원으로 승진했고 경영능력을 그룹 내외부에서 충분히 인정받은 뒤 2002년 CJ그룹 회장에 올랐다.

다만 아직 이 부장이 경영능력을 말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재현 회장이 최근 건강이 회복돼 경영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이 부장도 아직 경영수업을 받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부장은 지난해까지 바이오사업관리팀장으로 근무했는데 이번에 식품전략기획1담당을 이끌면서 CJ제일제당의 주요 사업을 두루 경험할 수 있게 됐다”며 “임원 승진은 연말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