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유럽과 아시아에서 잇따라 기업설명회를 연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두 회사가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움직임을 놓고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해외설명회 활발, 지배구조 개편 내놓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9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두 회사는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기업현황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5월에 집중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13일부터 16일까지 유럽에서 해외 기관 방문 기업설명회(NDR)을 연다. 23~24일에는 아시아에서, 28~29일에는 미국에서 같은 방식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한다.

현대모비스는 도이치은행 콘퍼런스(21~22일)와 NH투자증권 컨퍼런스(28~29일)에도 참석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7~8일에 싱가포르에서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9일과 10일에는 홍콩에서 기업설명회를 연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기업설명회의 목적을 두고 모두 “최근 경영실적과 사업현황, 투자자 주요 관심사항 등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하려다가 시장의 거센 반발에 이를 자진해 철회하면서 앞으로 시장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해외의 여러 기관투자자들과 만나 기업현황을 알리고 시장의 궁금증에 답하려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모두 최근 1년 동안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잇달아 회사설명회를 연다는 점에서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에서 일하는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5월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6월에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에서는 이미 대표이사를 비롯한 최고경영진 일부가 이런 방침을 주요 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열사의 지배구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중복사업 정리 등 사전작업도 내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이 시장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표하기에 앞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기업설명회를 통해 이와 관련한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일 수 있다는 시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두 회사가 그동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핵심 계열사가 될 것으로 꾸준히 전망됐다는 점에서 이번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증권가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최상단에 놓는 지배회사로 삼고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차시장에서 전통적 완성차 제조기업보다는 핵심 부품의 설계와 양산능력을 지닌 부품회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대모비스를 핵심 계열사로 삼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현재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안정적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자금만 최소 5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점에서 현대글로비스를 지배회사로 삼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공존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말 기준으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23.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