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화려한 고층 건물이 있어야 잘사는 도시라고 생각하는 풍토가 생겼습니다. 좀 투박하면 어떻습니까? 좀 소박하면 어떻습니까? 고층 건물이 다닥다닥 세워지지 않으면 또 어떻습니까?”

2014년 3월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 후보가 민선 6기 지방선거에 출마를 발표하며 했던 말이다.
 
[오늘Who] 오거돈, 부산 초고층빌딩 난립에 제동걸어 경관 살린다

오거돈 부산시장.


오거돈 시장이 부산에 난립하는 초고층빌딩으로부터 도시 경관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7일 부산시청에 따르면 오거돈 시장은 건물 높이를 제한해 부산시 경관에 알맞은 공제선(스카이라인)을 그릴 계획을 세웠다. 

부산시 관계자는 “용적률에 따라 무분별하게 건물 높이가 정해지면서 항구도시 부산의 경관이 훼손되고 있다”며 “앞으로 건물이 들어설 지역의 주변 경관을 고려해 알맞게 높이를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6월 안에 건축물 높이 관리기준을 마련하는 용역을 시작해 늦어도 빠르면 2020년부터 건축물 높이 제한을 시행한다.

특히 일괄적으로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에 따라 주위 경관과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동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찾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오 시장이 이런 계획을 마련한 것은 부산시에 초고층빌딩이 빠르게 늘면서 기존 원도심의 주택, 아파트촌과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높이 200m를 넘는 건물 69채 가운데 18채가 부산시에 몰려있다. 모두 2010년 이후 완공된 건물들이다.

이 건물들 가운데 12채는 부산시 광안대교를 중심으로 해운대구 일대 해안선에 밀집했다.

해운대구의 해안가는 대부분 주택, 낮은 아파트촌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사이 초고층빌딩들이 들어서면서 기존 경관과 부조화를 이룬다.

초고층빌딩 건축계획과 허가 단계에서 도시 경관과 조화를 검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오 시장은 부산 북항 재개발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관광벨트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도시 경관을 개선할 필요성이 크다.

오 시장은 건축물 높이 제한을 시작으로 해운대구 등 부산의 유명 관광지에 관광객을 끌어들일 매력을 갖춘 경관을 조성하기 위해 3월21일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부산시 도시건축정책 고문으로 초빙했다.

승효상 위원장은 김수근문화상,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문화관광부 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한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다.

승 위원장은 “초고층빌딩이 들어서면서 부산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미 지어진 초고층빌딩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건축물과 주위 경관이 조화를 이루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은 건물 높이 제한이 지역 건설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를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건설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다”며 “다만 무계획적 도시 경관을 개선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건축물 높이 제한을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