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정부의 금융정책에 발을 맞추면서도 실적까지 챙기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올해 말 연임까지 바라볼까. 

6일 금융업계 올해 1분기 실적을 종합하면 IBK기업은행은 전체 금융그룹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냈다.
 
김도진, 정부정책 맞추고 IBK기업은행 실적도 올려 연임할까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9184억 원을 거두며 업계 선두의 자리를 지켰다. 같은 기간 순이익 8457억 원을 거둔 KB금융지주가 뒤를 이었다.

IBK기업은행은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3, 4위권 경쟁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줄었지만 IBK기업은행은 순이익을 8.6% 늘리면서 세 곳의 순이익 규모가 비슷해진 것이다. 

IBK기업은행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5570억 원이다. 같은 기간 5560억 원을 거둔 하나금융지주를 10억 원 앞서고 5686억 원을 거둔 우리금융지주와는 116억 원 차이다.

1분기 IBK기업은행의 호실적은 주력 분야인 중소기업대출 시장에서 선전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중소기업대출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금융정책을 정하면서 IBK기업은행의 텃밭인 중소기업대출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었다.

그런데 IBK기업은행은 올해 1분기에 오히려 중소기업대출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중소기업대출 강자' 지위를 더욱 굳혔다.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019년 3월 기준으로 155조4천만 원이다. 2018년 말보다 3조8천억 원(2.5%) 늘었다. 같은 기간에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시장 점유율은 22.7%로 0.2%포인트 높아졌다.

IBK기업은행은 새로운 혁신금융정책에서도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동산담보대출에서는 다른 은행들을 월등히 앞지르는 실적을 내고 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 6곳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2931억24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65.9%(1931억4800만 원)가 IBK기업은행의 실적이다.

동산담보대출은 2018년 한 해 동안 1443억400만 원이 늘었는데 이 가운데 87.3%인 1259억5500만 원이 IBK기업은행의 기여분이다.

동산이나 지식재산권(IP) 등 부동산이 아닌 담보를 활용한 대출을 늘리는 것은 혁신기업과 대기업의 금융격차를 줄이려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금융정책 가운데 하나다.

문 대통령은 3월21일 혁신금융 선포식에서 “담보가 충분한 대기업과 비교해 혁신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의 문이 매우 좁다”며 “이러한 금융 양극화를 해소해야 혁신도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이 정부의 금융정책에 앞장서면서 좋은 성과까지 내는 등 사회적 기여와 실적을 모두 챙겨 김 행장의 연임을 예상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김 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 까지다.

김 행장은 2016년 말에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약점이 있으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정책을 적극 수행하면서도 IBK기업은행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3월에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혁신금융 선포식을 통해 직접 금융권 행사에 참석하고 일선 은행을 찾았다”며 “혁신성장 등 경제적 측면에서 성과를 내려는 현재 정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혁신금융 선포식 현장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영화 ‘극한직업’을 언급하며 “불확실성 때문에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문화콘텐츠 분야에도 IBK기업은행이 앞장서고 있어 요즘 흥행하는 영화의 투자자 목록에는 항상 김 행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과거에는 주로 금융관료 출신들이 임명됐으나 최근 3명의 행장은 모두 내부승진 인사가 맡았다. 연임한 사례는 아직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