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황함량 규제 조치에 수혜를 보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부터 환경보호를 위해 선박의 황산화물 배출량을 낮추는 규제를 시행하는데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규제를 사업 수익성을 끌어올릴 기회로 보고 계열사별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국제해사기구 환경규제에 수혜 크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6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오일뱅크, 현대글로벌서비스의 3개 계열사가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함량 기준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하는데 선박회사들은 크게 3가지 방법으로 규제에 대처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선박을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으로 교체하거나 황함량이 낮은 저유황유를 선박연료유로 사용하는 것, 황산화물 저감장치 ‘스크러버’를 선박에 설치하는 것 등이다.

현대미포조선은 LNG추진선 교체 수요가 생길 가능성에 대비해 선박 건조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해운시장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시장에서 LNG추진선의 발주는 2016년 10척, 2017년 18척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76척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클락슨리서치는 올해도 69척의 LNG 추진선이 발주될 것이며 2027년까지 매해 60척 이상의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미포조선은 1일 LNG추진체의 설계 기술을 손에 넣기 위해 영국 선박회사 로이드레지스터와 기술협력을 맺었다. 설계 기술을 서둘러 확보하면 LNG추진선 수주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모회사인 현대중공업도 LNG추진선을 건조한다는 점에서 모회사와 자회사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황함량이 낮은 저유황유의 수요가 늘어날 것에도 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정유부문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9월30일까지 3600억 원을 들여 상압증류공정(CDU)와 감압증류공정(VDU) 설비를 새로 짓기로 최근 확정했다. 이 설비들은 원유를 한 차례 정제한 뒤 남는 찌꺼기 기름인 잔사유를 재차 정제해 저유황 경질유를 생산하는 고도화설비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40.6%의 고도화율(원유 정제 과정에서 경질유와 같은 고부가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비율)로 업계 최고 수준의 고도화율을 보이고 있는데 새 설비들을 통해 이를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새 설비가 완공되면 현대오일뱅크는 저유황유 판매 확대와 수익성 강화를 모두 얻을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에 따라 저유황유 수요는 2018년 하루 평균 20만 배럴에서 2020년 120만 배럴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회사들이 일찌감치 연료유 축적에 나서면서 저유황유의 수익성은 이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저유황 경질유의 수익성 지표인 휘발유-벙커씨유 스프레드(휘발유 가격에서 중간재료 벙커씨유의 가격을 뺀 것)는 2019년 1월 2달러 수준에서 2019년 4월 12달러까지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선박 수리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도 스크러버 설치사업을 통해 환경규제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의 나이가 20년을 넘긴 노후선박들은 대부분 저유황유를 연료유로 사용할 장비를 갖추지 못해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것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노후선박이 전체 선박의 48.9%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3월 현대상선이 보유한 노후 컨테이너선박 19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기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조성한 상생펀드에 참여했다. 디섹, 파나시아 등과 함께 상생펀드에 450억 원을 지원하고 스크러버 설치를 도맡기로 하면서 스크러버 설치사업의 본격화를 앞두고 사업 확대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학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까지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은 약 2% 미만으로 2024년까지는 스크러버 설치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며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수익성 증가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