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펄어비스와 크래프톤이 빠르게 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펄어비스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은 넥슨과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펄어비스는 엔씨소프트 닮고 크래프톤은 넥슨의 길 따라 성장

▲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이사(왼쪽)와 김효섭 크래프톤 대표이사.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넷마블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경쟁 구도를 형성했는데 펄어비스와 크래프톤의 관계도 유사한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와 크래프톤이 ‘3N’으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를 대적할 만한 게임회사로 떠오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두 회사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펄어비스는 기술과 개발역량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엔씨소프트가 지나온 길을 걷는 것으로 보인다. 

펄어비스는 자체 엔진인 ‘검은사막 엔진’을 개발해 게임을 제작해왔고 현재 차세대 게임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 게임회사들이 유니티테크놀로지스의 ‘유니티엔진’이나 에픽게임즈의 ‘언리얼엔진’ 등 상용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이사는 3월 ‘펄어비스 X CCP 미디어 토크’ 행사에 참석해 “검은사막 엔진은 지금도 충분히 뛰어나지만 미래 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차세대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펄어비스가 새로 개발 중인 게임엔진은 PC와 모바일, 콘솔 등 플랫폼에 따라 게임을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 게임 제작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펄어비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교육 서비스업 및 학원 운영업’을 추가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하는 데 빠르게 대응하려면 내부에서 인재를 교육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펄어비스는 개발인력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의 전략에서 엔씨소프트의 과거 모습이 보인다. 엔씨소프트 역시 기술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은 창업 초기부터 연구개발을 중시했다. 

2011년부터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2016년 AI센터를 세웠다. 2017년에는 인공지능센터 산하에 있던 NLP(자연어처리센터)랩을 NLP센터로 확대개편했다. 김 대표는 두 센터를 대표 직속조직으로 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전체 인력의 70% 가까이 되는 개발인력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내 교육조직인 ‘NC유니버시티’도 운영한다.

펄어비스와 엔씨소프트는 이 밖에도 소수 게임을 운영하고 지식재산권(각각 ‘검은사막’과 ‘리니지’)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펄어비스는 엔씨소프트 닮고 크래프톤은 넥슨의 길 따라 성장

▲ 크래프톤은 2018년 11월 회사명을 블루홀에서 바꾸면서 '게임 연합'의 성격을 강화했다.


반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반열에 오른 크래프톤은 펄어비스와 다른 형태로 성장 중이다. 

크래프톤은 2018년에 자회사를 6개 늘리는 등 ‘연합체’를 키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는 넥슨이 인수합병을 통해 외형을 키우는 것과 유사하다. 

레드사하라스튜디오를 시작으로 이노스파크(현 펍지랩스)와 매드글로리인터랙티브, 너드게임즈(현 펍지웍스), 딜루젼스튜디오 등을 거느리게 됐다.

크래프톤이 진행한 인수계약 가운데 가장 성공적 사례는 펍지를 인수한 것이다. 펍지는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했다.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은 2015년 펍지(당시 지노게임즈)를 인수했다. 펍지의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3월 시범 출시 때부터 게임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았는데 2017년 12월 정식출시 이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크래프톤이 2018년 연간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크래프톤이 2018년 11월 회사이름을 블루홀에서 연합 브랜드인 크래프톤으로 바꾼 데서도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효섭 크래프톤 대표이사는 회사이름 변경 당시 “회사이름을 크래프톤으로 바꾼 것은 연합의 가치를 담을 수 있도록 회사가 더 큰 그릇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넥슨은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대표적 게임회사다.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은 크래프톤의 펍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넥슨은 2009년 ‘던전앤파이터’을 개발한 네오플을 인수했다.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 오랫동안 흥행하며 매해 넥슨에 매출을 1조 원 정도 올려준다.

넥슨이 2011년 한국 게임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데도 인수합병의 영향이 컸다. 넥슨은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현 넥슨지티)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 밖에도 PC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다수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래프톤은 넥슨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