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폴크스바겐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인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최대 고객인 폴크스바겐을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 소송결과가 두 회사와 폴크스바겐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은 폴크스바겐 배터리 쟁탈전인가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3일 배터리업계에서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벌이는 미국 소송의 결과에 따라 두 회사와 폴크스바겐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앞서 4월30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의 영업기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이와 함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팩이나 셀 등의 제품을 수입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폴크스바겐은 이 소송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폴크스바겐은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선두주자 테슬라를 제치겠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이런 계획에 빠져서는 안 될 전략적 배터리 공급사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CEO는 기자회견에서 2028년까지 모두 70종의 전기차 220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모두 폴크스바겐의 목표에 발을 맞추며 배터리 수주잔고를 늘리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폴크스바겐의 비중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부터 폴크스바겐의 북미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9.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는데 이를 위해 50GWh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출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다.

기공식에서 2025년까지 1조9천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증설계획도 밝히며 앞으로 공장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에 블룸버그 등 외신은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이 북미의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비한 ‘폴크스바겐식 기가팩토리(대규모 생산공장)’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소송에 패소해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접게 된다면 폴크스바겐은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인 북미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이렇게 되면 LG화학이 폴크스바겐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LG화학은 미국 미시간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SK이노베이션과 달리 눈앞의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LG화학은 현재 34GWh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0년 말 110GWh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 폴크스바겐이 원한다면 미국 공장을 증설할 수도 있다.

LG화학은 폴크스바겐과 SK이노베이션의 끈끈한 관계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2월 LG화학과 폴크스바겐의 갈등설이 돌았을 때도 그 중심에 SK이노베이션이 있었다.

2월22일 일렉트렉 등 외신은 “폴크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합작법인 설립을 시도하자 LG화학이 배터리 공급을 중단하겠다며 압력을 넣었다”며 “폴크스바겐은 결국 합작회사 설립계획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폴크스바겐과 SK이노베이션이 결국 합작법인을 설립할 것이라는 추측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기차시장의 패권을 노리는 폴크스바겐은 배터리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의 내재화가 필요하고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의 약점을 딛고 입지를 다질 기회를 찾고 있어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폴크스바겐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폴크스바겐과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함께 짓는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두 회사가 단단히 협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과 폴크스바겐과의 관계성을 부인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LG화학이 공들여 확보한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이며 폴크스바겐이나 SK이노베이션과의 관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말도 안 되는 의견”이라고 잘라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