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6개월 동안 모든 직원을 직접 만나는 '장정'을 하고 있다.

지 행장은 KEB하나은행장을 데이터 중심의 정보회사로 바꾸려고 하는데 그에 걸맞게 수직적이고 권위적 조직문화를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쪽으로 바꾸기 위해 현장방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지성규, KEB하나은행 체질전환 6개월 소통 대장정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사진 가운데)이 4월1일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간담회 후 인근 호프집에서 직원들과 치맥을 함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EB하나은행>


2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 행장은 전국에 있는 영업본부를 방문하며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

취임 당일인 3월26일 영남영업그룹 방문을 시작으로 지 행장은 6개월 안에 전국에 있는 모든 영업본부를 찾아 대화를 나누겠다는 것을 목표로 직원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지 행장은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행사 진행에도 파격적 선택을 했다.

4월1일 생방송 간담회를 진행하며 직원들과 격의없이 어울렸고 간담회를 마친 뒤에는 인근 호프집으로 이동해 '은행장에게 궁금한 점', '은행장 개인에 관한 이야기' 등을 주제로 질의응답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본점 도서관과 사내 피트니스센터의 이용시간을 늘려달라’는 한 직원의 건의를 즉석에서 수락하기도 했다.

지 행장의 이런 행보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며 쌓아온 ‘소통능력’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지 행장은 예전부터 권위적이지 않고 소탈한 면모를 보인 리더로 유명했다"며 "디지털 전환이라는 하나은행의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으며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기존 영업 위주의 전통적 은행에서 데이터 기반의 정보회사로 변화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 2020년까지 1200명의 디지털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금융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지 사업적 측면에서만 혁신을 꾀하는 것이 아닌, 조직 내부의 일처리 방식부터 바뀌어야 시대적 흐름에 발맞출 수 있다고 지 행장은 본 것이다.

지 행장은 연공서열 문화가 강한 은행의 분위기를 깨기 위해 나이의 벽을 허무는 데도 관심이 많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린은행에서 근무할 당시 50대 초반이었는데 39살의 행장과 같이 일을 해봤다”며 “육체적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디지털이라는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새롭고 유연한 사고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지 행장은 '소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는 2001년 하나은행의 직원고충처리담당 부서장을 지냈을 당시 7개월 동안 약 4천 명의 직원을 개별적으로 면담할 정도로 소통을 중요시한다. 

당시 직원들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직접 듣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의 의사소통체계를 원만하게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 행장은 기존의 딱딱했던 은행의 업무체계에도 변화를 주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해당 업무와 관련한 실무진이라면 누구의 의견이라도 직접 듣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에 두 부서 사이에 소통이 잘 안돼 직급에 관계 없이 모든 실무진들을 한 데 모아두고 의견을 들어보기도 했다”며 “계급을 내려놓고 진솔하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소통이 된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