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국사 화재원인이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5개월 동안 화재원인을 조사한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통신구 내부가 오랜 시간 심하게 불타 구체적 발화지점조차 한정하지 못한 채 원인 미상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KT 아현국사 화재원인 결국 밝혀지지 않아, 경찰 내사종결

▲ 11월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통신국사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 등이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0일 “지난해 11월24일 발생한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사고의 내사를 진행한 결과 구체적 발화지점을 한정하지 못해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발화원인을 규명할 수 없었다”며 “사건을 내사 종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화재 발생 직후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방화·실화 등 발화원인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사를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소방당국, 한국전력공사,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화재 현장조사를 세 차례 진행했고 합동회의도 두 차례 열었다.

통신구 출입구와 중간 맨홀 주변에서 인화성 물질 검출을 위한 간이 유증검사를 한 결과 ‘음성’이 나왔고 발화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전력케이블, 연기감지기 등 전기설비와 환풍기 하부 연소잔류물 등을 수거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가 수거물을 놓고 인화성 물질 확인 시험을 한 결과 휘발유·등유·경유 등의 유기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건물관리부서와 통신구 출입자 관리부서 관계자 등 25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조사결과 화재 발생 당일 지하 1층 통신구 내 작업이나 출입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누군가 통신구에 출입한 사실이 없어 방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사람이 불을 냈을 가능성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과수는 결국 구체적 발화지점을 한정할 수 없다고 감정결과를 내놓았다.

국과수는 “사람이 불을 냈을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한다면 통신구 내부의 전기적 원인 때문에 불이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통신구의 심한 연소 변형으로 발화지점과 발화원인의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KT는 화재 원인이 미상으로 결론남에 따라 형사처벌을 면했다.

KT 아현국사 통신구 관리와 관련해 KT의 법률 위반 사항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하 통신구는 길이가 112m로 소방기본법상 ‘특별소방점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 적용대상 지하구는 길이 500m 이상이다.

이 밖에 C등급으로 분류했어야 할 아현국사를 D등급 시설로 관리한 것도 법적 책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KT 아현국사가 원효국사와 통합되면서 아현국사는 행정관청의 관리를 받아야 할 C등급 시설이 됐지만 화재 당시에는 D등급 시설로 관리되고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5일 시정명령을 내려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를 C등급으로 상향했고 KT는 즉각 시정조치를 따랐다. 

시정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나 곧바로 행정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게 됐다. 예전에  D등급 시설로 상향조정돼야 한다는 내용을 통보하지 않은 것은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다.

지난해 11월24일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KT 아현국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불은 광케이블과 동케이블 등을 태운 뒤 10여 시간 만에 진화됐다. 당시 화재로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용산구, 중구 등 아현지사 회선을 쓰는 지역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