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CJ그룹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하면서 앞으로 올리브영의 성장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그러나 국내 헬스앤뷰티숍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올리브영만으로는 이선호 부장의 승계 자금줄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오늘Who] 이선호 CJ 승계 첫 발, '올리브영' 성장 더 중요해져

▲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30일 CJ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부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이 중추적 역할을 맡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29일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부문과 올리브영으로 분할하는 개편이 결정되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부장은 지주회사 CJ 지분 2.8%를 확보하게 된다. 

IT부문이 CJ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이 부장은 보유하고 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주식교환을 통해 CJ 지분과 맞바꾸게 되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교환과정에서 이선호 부장 외 CJ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CJ 지분은 6.8% 증가했다”며 “CJ그룹의 승계 불확실성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부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첫 발을 뗀 셈인데 다음 단계는 올리브영의 덩치를 키우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은 분할되는 IT부문의 지분이 제로가 되지만 올리브영의 지분은 17.97%를 소유한다. 이 부장이 올리브영 지분은 승계를 위한 자금줄로 여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올리브영의 현재 가치만 놓고 보면 승계자금에 어느 정도 보탬은 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번 분할에서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약 6630억 원으로 평가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장의 지분가치는 1191억 원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 지분을 CJ 지분으로 모두 교환한 반면 올리브영 지분은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CJ그룹 차원에서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앞으로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CJ올리브네트웍스 IT부문은 2015년 영업이익 297억 원을 낸 뒤  감소세를 보이며 2017년 영업이익이 167억 원까지 떨어졌다.

반면 올리브영은 2015년 영업이익 401억 원을 거뒀고 매년 증가해 2018년 영업이익 757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도 2015년 7576억 원에서 2018년 1조6595억 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CJ그룹은 이미 오래 전부터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이번에 IT부문을 떼어낸 것은 성장하고 있는 헬스앤뷰티(H&B) 사업에 집중해 상장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키운 뒤 기업공개를 하면 이 부장은 상장과 동시에 주식을 매각하는 ‘구주매출’ 방식으로 CJ그룹 승계를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올리브영의 성장성이 밝지 않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1060여 개 매장을 보유한 1위 사업자다. 하지만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쇼핑의 롭스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헬스앤뷰티(H&B)시장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헬스앤뷰티사업의 성장 둔화와 수익성 개선에 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IT부문과 올리브영의 분할이 두 법인의 합계 실적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인지는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부장의 CJ그룹 경영승계를 위한 일련의 절차는 서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다시 경영일선에서 나선 데다 이선호 부장의 나이도 서른 살로 어린 편이기 때문이다.    

이재현 회장은 지주사 CJ 지분 42.07%를 보유해 그룹 전체에 안정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만약 이 부장이 이 지분을 상속받는다고 가정하면 현재 주식가치 기준으로 1조 원가량의 상속세를 내야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분할은 각 사업부문이 전문화된 사업영역에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올리브영의 기업공개는 필요하면 검토 가능한 것으로 구체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