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선점한 올레드 TV시장에 삼성전자가 가세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LG전자가 삼성전자와 기술 경쟁을 벌여야만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 올레드(WOLED) 기술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퀀텀닷 올레드(QD-OLED) 기술을 들고 올레드 진영에 진입하면 LG전자가 올레드 TV 경쟁력을 놓고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퀀텀닷 기술 앞세운 삼성전자 올레드TV와 기술경쟁 부담

▲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왼쪽)과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올레드 전환을 가속화함에 따라 삼성전자도 올레드 TV 개발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는 지금까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올레드 진출은 삼성전자의 퀀텀닷 올레드 기술 도입 여부에 달려있다고 바라봤는데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올레드 패널 양산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올레드TV 출시도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캐논토키가 삼성디스플레이용 대형 올레드 패널 증착장비 개발을 올해 안에 마무리해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올레드 패널을 양산하는 것으로 목표로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퀀텀닷 올레드 TV를 연구개발하고 있는 단계”라면서도 구체적 사업상황을 놓고는 “아직까지 QLED TV를 중심으로 한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LG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올레드 TV를 출시한 뒤 프리미엄 TV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왔다. 2017년까지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판매량과 매출 규모 면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가 다시 프리미엄 TV시장 선두를 차지하면서 LG전자의 프리미엄시장 내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가 퀀텀닷 올레드TV를 출시하면 LG전자만의 차별성이 약화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지금까지 TV시장 내에서 올레드TV가 가장 진화한 기술로 평가받아 왔지만 삼성전자 퀀텀닷 올레드TV가 상용화하면 올레드시장에서 처음으로 기술 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구현하려고 하는 퀀텀닷 올레드 기술은 올레드 패널의 녹색과 적색의 수명을 무기물인 퀀텀닷 컬러필터를 통해 늘리는 기술로 LG디스플레이가 구현하고 있는 화이트 올레드(WOLED) 기술보다 색 재현력이 높은 차세대 기술로 평가되기도 한다.

유기발광다이오드로 패널을 구현 과정에서 번인 현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화이트 올레드 패널과 달리 퀀텀닷 컬러필터를 입히면 유기물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다.

또한 아직까지 퀀텀닷 기술은 화이트 올레드 기술보다 내구성 강화와 원가 절감에 유리한 잉크젯 프린팅 방식이 수월하게 적용될 수 있는 기술로도 꼽힌다.

잉크젯 프린팅 방식은 올레드 패널 공정 가운데 하나로 용액을 직접 패널에 분사해 디스플레이를 양산하는 기술인데 LG디스플레이는 현재 대형 올레드에 잉크젯 프린팅 방식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퀀텀닷 기술의 최대 장점은 올레드와 달리 안정적 무기물질로 돼 있어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퀀텀닷으로 잉크젯 공정을 구현하면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8K QLED TV와 85인치 이상 초대형 TV를 가장 빨리 내놓고 글로벌시장을 선점하는 등 브렌드와 기술력을 앞세워 프리미엄 TV에서의 지위를 공고하게 다지고 있어 LG전자에게 더욱 위협이 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 3만대가량의 퀀텀닷 올레드 초기 물량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규모 면에서는 많지 않지만 일단 삼성전자가 퀀텀닷 올레드 기술을 상용화해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 LG전자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세계 최초 롤러블(마는) 올레드 TV 개발에 성공하는 등 올레드 TV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경쟁사의 시장 진입은 큰 위협 요인이 아니라고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확보해 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선도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쟁사가 올레드 TV시장에 진입하면 오히려 시장 확대효과가 있다”며 “LG전자 올레드 TV는 5년 만에 400배 수준으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이런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