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러시아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18일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으로부터 2번째 가스화학플랜트 프로젝트를 약속 받은 데 이어 25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200만 달러 규모의 메탄올플랜트 기본설계(FEED, Front End Engineering Design) 계약을 맺었다.
 
[오늘Who]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맡아 해외사업 출발 너무 좋다

▲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김 사장은 1일 임기를 시작했는데 취임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잇따른 성과를 내며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9일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김 사장이 최근 러시아 석유업체인 가즈신테즈와 메탄올플랜트 기본설계 계약을 맺으면서 내년 발주될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를 따낼 가능성 역시 높아졌다.

이번 사업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875km가량 떨어진 비소츠크 지역에 하루에 5천 톤 규모의 메탄올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기 위한 기본설계를 13개월 동안 수행하는 프로젝트다.

기본설계 이후에는 EPC 프로젝트로 전환돼 새로운 사업으로 발주되는데 EPC사업 규모는 1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설계는 EPC의 설계(Engineering) 앞단에서 이뤄지는 작업으로 이 과정에서 플랜트에 사용될 자재나 장비 등의 사안이 모두 결정된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EPC 프로젝트 수주전에 참여하면 그만큼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조다.

기본설계는 국내 플랜트업체의 가장 취약한 분야로 평가되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은 옛 소비에트 연방국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스플랜트 기본설계와 EPC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에 힘입어 러시아에서 플랜트 기본설계사업을 따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우즈베키스탄 프로젝트 성과를 접한 러시아 발주처가 직접 입찰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며 “경쟁 입찰로 진행됐는데 유럽, 미국, 일본 등 글로벌기업들과 경쟁을 거쳐 사업을 따낸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창학 사장에게 기분 좋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김 사장은 1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투르크메니스탄 키얀리 가스화학플랜트 현장방문에 동행해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으로부터 제2 가스화학플랜트 사업을 약속 받았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 4위 천연가스 보유국으로 제2 가스화학플랜트를 짓는다면 또 다시 대규모 발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LG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키얀리 가스화학플랜트 프로젝트를 2018년 준공했는데 수주 규모가 3조4천억 원에 이르렀다.

김 사장은 1960년 태어나 고려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엔지니어링에서 30년 넘게 일한 화공플랜트 전문가로 1일 임기를 시작했다.
 
[오늘Who]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맡아 해외사업 출발 너무 좋다

▲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2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안드레이 칼리닌 가즈신테즈 사장과 비소츠크 메탄올플랜트 기본설계사업 계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김 사장은 2017년 2월 부사장에 올라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상무에서 사장까지 5년 만에 고속 승진한 것은 물론 현대차그룹이 3월 임원 수시인사제도를 도입한 뒤 처음 임명한 계열사 대표다.

빠른 승진과 1호 수시인사라는 상징성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었을 법도 한데 해외사업에서 굵직한 성과를 연달아 내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 기본설계 계약은 러시아 플랜트시장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동안 러시아에서 주로 현대차 공장 증축공사를 진행했는데 2018년 말 30억 달러 규모의 안티핀스키 석유화학 플랜트 EPC사업을 따낸 데 이어 또 다시 러시아 플랜트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의 일환으로 천연가스를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가스관사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룰 정도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다.

김 사장이 러시아에서 플랜트사업 실적을 착실히 쌓아 인지도를 높인다면 앞으로 러시아와 자원경제 협력이 본격화했을 때 더 큰 사업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러시아 발주처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수주한 사업인 만큼 그동안 축적한 기본설계 및 사업수행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며 “러시아 등 해외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의 위상을 지속해서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