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강조하는 윤종규 아쉬움, KB금융그룹에 1등 계열사가 없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리딩금융그룹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틈날 때마다 ‘리딩금융그룹’의 역할과 위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KB금융그룹 12개 계열사 가운데 독보적 1위는커녕 1위인 회사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 격차가 727억 원에 이르렀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 1위를 되찾았는데 올해 1분기에 KB금융지주와 격차를 벌렸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KB금융지주에 연간 878억 원 차이로 순이익 1등을 차지했는데 올해에는 1분기에만 700억 원 넘게 차이를 냈다.

이번 실적은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 인수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결과다. 오렌지라이프는 1분기에 순이익 476억 원(지분율 감안)을 거두면서 신한금융지주 실적에 큰 역할을 했다.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의 1위에 지금 당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윤종규 회장도 3월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양궁으로 비교하자면 상대방은 화살 열 발을 다 쐈고 우리는 아직 한 발의 화살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렌지라이프를 이미 인수한 신한금융지주와 달리 KB금융지주에게는 인수합병을 추진할 동력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는 물론 전체 12개 계열사 가운데 특별히 잘나가는 계열사가 하나도 없다는 점은 윤 회장으로서는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순이익 기준으로 전체 금융권에서 은행은 신한은행이 1위, 증권은 한국투자증권이 1위, 카드는 신한카드가 1위, 손해보험은 삼성화재가 1위다. 나머지 KB생명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등도 1위권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

특히 맏형 KB국민은행조차 신한은행에 이어 2위에 머물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7년 8년 만에 신한은행을 제치고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당시 KB국민은행 순이익이 신한은행보다 무려 4640억 원이나 많았지만 1년 만인 지난해에 다시 신한은행에 1등을 내줬다.

올해 1분기에도 두 은행의 순이익 격차는 453억 원에 이르렀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10년 넘게 벌이고 있는 리딩금융그룹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모두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과 격차가 큰 만큼 아직까지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비은행 주력 계열사 3곳의 순위 역시 리딩금융그룹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기엔 다소 초라하다.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KB손해보험은 4위, KB증권은 5위, KB국민카드는 3위로 본다.

윤 회장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주총에서 “생명보험사를 비롯해 포트폴리오 구성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며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1등 계열사가 없다는 말도 있어 KB손해보험, KB국민카드, KB증권 등 똑똑한 삼형제는 확실하게 2등권을 확보하고 1위에 근접해야 하며 그렇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3위권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본입찰에 참가한 세 후보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인수합병과 관련해 1조 원가량은 지주 차원에서 증자 없이 할 수 있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하나카드와 더해 자산 기준으로 업계 3위에 올라선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