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임블리' 의혹 봇물, 임지현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

▲ '임블리'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 <인스타그램 갈무리>

“주위에서 뭐라해도 시녀처럼 옹호했던 나인데...신뢰가 바닥을 쳐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쇼핑몰 '임블리'의 최우수 고객이었던 한 소비자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이런 혼란스런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현재 임블리 피해사례를 제보받는 계정 ‘imvely_sorry(임블리빠에서 계몽한 VVIP)’를 운영 중이다.

쇼핑몰 임블리는 임지현씨의 SNS 영향력에 힘입어 사업 5년 만에 연매출 17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곰팡이 호박즙’ 논란을 시작으로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임블리의 화장품 브랜드 블리블리의 '핑크 진정젤'과 ‘착한 선스틱’을 놓고 피해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임씨가 유아에게 써도 된다고 직접 홍보했지만 막상 아기에게 발라주니 수포와 발진 등이 돋아났다는 것이다.

과거 임씨는 인스타그램에 아들 ‘럭키’와 진정젤 사진을 함께 올리며 “럭키야 엄마가 만든거 발라줄게, (태열) 얼른 낫자”고 적었다. 진정젤이 EWG그린 등급이라고 여러차례 말하기도 했다. EWG그린은 미국의 비영리환경단체 EWG가 화장품에 매기는 가장 안전한 등급이다.

하지만 최근 인스타그램에는 블리블리 핑크 진정젤이나 선스틱을 바르고 심한 피부병이 난 아기들의 사진이 여러 건 게재됐다. 피해고객은 "심한 말이 나올 것 같으니 말을 않겠다"고 사진에 짧게 덧붙였다.

임블리 쇼핑몰이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는 습한 창고에 화장품을 보관해왔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주력상품인 인진쑥 에센스를 포함해 화장품에서 상한 냄새가 난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보관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임블리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A씨는 "블리블리의 '빙하수 선 쿠션'을 샀는데 얼마되지도 않아 쿠션 부분이 바싹 말라 황당했다”며 “그런데 이번 논란을 보니 보관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B씨는 임블리에서 산 검은 재킷을 입고 고가의 명품 가방을 맸다가 두 시간 만에 노란색 가방에 검게 묻어났다. B씨는 인스타그램에 문제가 된 가방의 사진과 함께 “재킷 택에 세탁할 때 이염될 수 있다는 말은 있었지만 착용 때 이염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혹시나 싶어 손수건으로 재킷을 문질러보니 쉽게 묻어나왔다”고 글을 올렸다.
 
이 일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한 누리꾼은 “지하철에서 산 2만 원짜리 재킷도 저런 적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터넷 신라면세점은 24일부터 잠정적으로 ’블리블리‘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올리브영과 인터넷 롯데면세점 등 다른 판매처에도 '왜 계속 블리블리 제품을 파느냐'는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고객의 분노와 실망이 유독 큰 것은 '임블리'와 고객들의 관계가 보통의 유통 형태에서 형성되는 관계와는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임블리 쇼핑몰은 부건에프앤씨가 운영하며 임씨의 남편인 박준성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 회사는 피팅모델이자 상무인 임씨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커왔다.

임씨는 이른바 'SNS 인플루언서'로 잘 알려졌다. 현재 팔로워는 82만6천 명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팩을하는 모습, 맛집 사진, 출산후기 등의 일상을 팔로워들과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팔로워들은 임씨와 신뢰관계를 쌓아왔으며 쇼핑몰 임블리의 성장 역시 이에 기반한다. 부건에프앤씨의 지난해 매출은 17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배가 뛰었다.

이런 형태의 판매를 두고 'SNS 팔이 피플'이라는 비아냥이 붙기도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한 쇼핑은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임씨가 인플루언서로는 이례적으로 팬미팅을 개최했는데 1분 만에 1300석이 모두 매진되기도 했다. 스타와 팬의 관계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임씨는 16일 유튜브에 사과영상을 올렸다.

그는 “임블리가 급성장하면서 다른 것을 보지 못했다”며 명품 카피와 품질 논란 등을 해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임블리'의 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늘고 있다. 임씨의 굳건했던 팬덤에 생긴 균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팝스타 레이디가가는 그의 히트곡인 '텔레폰' 뮤직비디오에서 비욘세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

비욘세 "가가, 신뢰는 거울 같은거야. 깨져버려도 다시 고칠 수 있지."

가가는 대답한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너의 모습에는 여전히 금이 가 있을걸?"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