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카자흐스탄 공장 발판 삼아 중앙아시아 입지 넓힌다

▲ 21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시 알가바스산업지구에서 열린 '카자스흐탄 현대자동차 조립공장 기공식'에서 공영운 현대차 사장과 로만 스클야르 산업인프라개발부 장관 등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현대자동차가 카자흐스탄을 발판 삼아 중앙아시아시장에서 입지 확대를 노린다.

현대차는 중국에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지만 시장 성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꾸준히 생산거점을 늘려가고 있다.

23일 현대차에 따르면 5월 착공에 들어가는 ‘카자흐스탄 현대차 조립공장’은 현대차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처음으로 만든 승용차 반조립제품(CKD) 생산공장이다.

카자스흐탄 현지기업인 아스타나모터스가 이 공장을 운영한다. 아스타나모터스는 카자흐스탄에서 현대차와 토요타 등 해외기업의 자동차 판매를 대리하는 기업이다.

아스타나모터스가 공장 투자금을 대고 현대차는 공장 설립 관련 기술자문을 한 뒤 추후 자동차 부품 공급을 도맡는다.

아스타나모터스는 5월부터 조립공장을 짓기 시작해 2020년 말에 공장을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본격 양산시점은 2021년 5월로 연간 1만5천 대 규모의 승용차가 생산된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는 모두 현대차 제품으로 출시된다. 현대차는 2003년 아스타나모터스와 손잡고 현지에 판매법인을 설립해 다른 공장에서 수입한 자동차를 판매했는데 앞으로는 현지에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현대차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카자흐스탄에 최초로 반조립제품 공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로만 스클야르 카자스흐탄 산업인프라개발부 장관은 기공식에서 “새 공장은 700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카자흐스탄 내수뿐 아니라 제3국으로도 수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장 운영에 가속도가 붙으면 현대차는 카자스흐탄 현지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고 인접한 독립국가연합(CIS) 소속인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에도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미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2018년 카자흐스탄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모두 5만7900대인데 이 가운데 현대차 판매량은 8721대로 시장 점유율 15.1%를 보였다. 러시아기업 라다(23.2%)와 일본 토요타(21.2%)에 이은 3위다.

2016년 판매량과 비교해보면 현대차의 성장세는 경쟁기업을 압도한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2016년에 현지에서 자동차를 각각 3535대, 8809대 판매했다. 당시 토요타는 시장 점유율 1위였고 현대차는 4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토요타의 판매량이 2년 동안 40% 성장하는 사이 현대차는 판매량을 146.7%나 늘려 시장 점유율 순위 3위에 올라서며 2위인 토요타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최대 인구를 보유한 국가로 풍부한 자원 등으로 성장 잠재력도 높다고 여겨진다.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자동차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큰 편인데 반조립제품 공장이 가동되면 현대차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더타임즈오브센트럴아시아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현대차의 반조립제품 공장에서 생산될 첫 번째 제품은 액센트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후 라인 확대를 통해 인도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크레타 등도 만들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연간 1만5천 대 규모의 현대차 반조립제품 공장 생산능력을 향후 4만5천 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현대차의 중앙아시아 진출 확대는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 11월 카자흐스탄 바로 아래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에서 상용차 반조립제품 공장 기공식을 열고 올해 말까지 공장을 완공하기로 했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3천 대의 트럭과 버스가 생산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공장 모두 파트너기업이 운영을 도맡는 반조립제품 공장이라 현대차로서는 공장 운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과 판매 확대에 따른 부품 공급 증가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중앙아시아 지역의 자동차 판매량이 많지는 않은 편이지만 영향력 확대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