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도전이 이번에도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인가를 손꼽아 기다리면 KB증권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당초 1분기부터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인가가 미뤄지면서 자칫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치고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KB증권, 금융위의 발행어음 인가 기약없어 속타

▲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에도 KB증권의 단기금융업이 인가받지 못한 이유로 증권선물위원 상당수가 공석인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19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어 KB증권 단기금융업 인가안을 심의했지만 결정을 미뤘다. 당초 이번에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현재는 3명밖에 없다. 최근 위원 2명의 임기가 끝났지만 아직까지 후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은 다음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가 열릴 때까지 상임위원 1명과 비상임위원 1명을 새로 선임해야 한다.

다음 정례회의까지 위원을 충원하지 못하면 KB증권의 발행어음사업이 또 미뤄질 수도 있다.

다만 증권선물위원회가 결정을 미룬 이유를 놓고 “더 논의할 사항이 있다”고 밝힌 만큼 다른 일이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도 중요하지만 사업 초반에 제대로 질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사업을 추진해 온 KB증권의 허탈함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단기금융업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핵심업무로 꼽힌다. 증권회사가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배까지 만기 1년 이내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이 자금으로 기업금융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다.

KB증권은 2017년 7월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로 선정되자마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관련 절차가 계속 늦어지자 2018년 1월에 신청을 자진 철회했고 그해 12월 다시 인가 신청을 냈다.

KB증권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국내에서 세 번째다. 2017년 11월 한국투자증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고 NH투자증권도 지난해 5월에 인가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금융위의 승인을 받은 뒤 금융투자협회의 약관 심사 등을 거쳐 발행어음을 내놓기까지 1개월 정도 걸렸다.

이런 점을 볼 때 KB증권이 5월에 인가를 받는다 해도 상반기 안에 시장 진출은 장담하기 어렵다. 이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보다 뒤처진 만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KB증권은 이미 발행어음 사업을 위해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인가만 기다리고 있다. 일찌감치 꾸린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발행어음상품 개발도 이미 마쳤다.

또 기업금융 강화를 위해 신규 인력도 확보했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50% 이상, 부동산 관련 자산에 30% 미만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특히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하는 비율이 높아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KB증권으로선 분위기 반전도 절실하다.

KB증권은 2016년 12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이 합병해 탄생했다. 자기자본 기준 국내 5위 대형 증권사로 거듭났지만 외형에 맞는 수익성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도 1788억 원에 그쳤다. 전년보다 무려 34.2% 감소한 수치다.

특히 인가가 늦어지는 동안 경쟁자들이 발행어음사업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점은 더욱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현재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유이한' 업체라는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앞으로도 더욱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발행어음시장 규모는 6조 원대다. 발행어음 잔고는 한국투자증권이 4조3천억 원, NH투자증권이 1조8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