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군함이나 잠수함 수주에서 당분간 퇴출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다.

'하도급 갑횡포' 문제로 벌점이 쌓이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의 공공입찰 제한을 검토하는 절차에 들어간 탓이다.
 
대우조선해양 방산사업 차질 빚나, 공공입찰 제한받을 수도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신형 호위함(FFG-II)인 '대구함'.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벌점 경감사유를 공정위 심사관들에게 제출한 뒤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입찰참가 자격제한 등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하도급대금 후려치기 혐의로 과징금 등을 받으면서 벌점이 5점을 넘었기 때문이다.

하도급 시행령은 하도급법을 어긴 기업들에게 일정한 벌점을 부과하고 3년 누산 벌점이 5점 이상이면 공공입찰을 막도록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벌점이 10점을 넘겼는지 여부는 밝힐 수 없지만 현재 5점 이상인 것은 맞다”며 “심사결과나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올해부터 입찰이 제한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입찰제한을 결정하기 전에 그 기업에 소명의 기회를 줘야한다.

감점요인 등이 있으면 벌점을 깍아주는 것인데 벌점 경감이 가능한 사유 및 점수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했을 때 2점, 3시간 이상의 하도급 관련 특별교육을 이수했을 때 0.5~0.25점, 하도급거래 우수업체 표창을 받으면 2점, 하도급 대금 현금결제비율이 80~100%인 때 0.5~1점 등이다.

심사관이 이런 사유를 살핀 끝에도 최종 점수가 기준점을 넘기면 공정위 소회의를 거쳐 입찰제한이 결정된다. 공정위가 이를 국방부나 방위사업청 등 관련 행정기관에 통보하면 기관들은 입찰참여 금지 조치를 내려야 하며 금지 기간은 1개월에서 2년이다.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공정위 판정을 기다리는 데 속이 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꾸준히 효자 노릇을 해온 방산분야 일감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군함, 잠수함 등 특수선 건조에서 알아주는 강자다. 지난해는 5년 만에 방산분야 수주가 10억 달러(1조1천억 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과 이 분야에서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이어 왔지만 현재까지는 수주실적 등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잠수함이나 호위함 등 대형 군함은 척당 가격이 3억 달러 수준으로 대표적 고부가가치선인 LNG운반선보다도 비싸다. 수익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발주처가 정부이다 보니 손해 볼 일은 없는 데다 수요도 꾸준해 안정적 사업으로 꼽힌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사업본부장 전무는 지난해 말 "방산 분야는 일감과 수익성 확보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연구개발, 우수 인력 배치 등을 통해 매년 10억 달러 이상씩 수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대우조선해양은 11월부터 2달 사이에만 신형 호위함 2척 등 1조 원을 넘는 규모의 방산 수주를 따내며 막판 수주목표 달성률을 높였다. 방위사업청은 올해도 10척 이상(3조6971억 원)의 군함 발주를 계획해 두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아직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데다 최악의 경우 입찰제한이 결정된다고 해도 가처분신청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더욱이 방사청 등이 바로 입찰제한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도 심사결과가 맞는지를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만큼 처분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입찰제한 이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이 제한이 승계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정부로서는 대형 군함이나 잠수함 건조를 맡길 만한 업체가 사라지는 만큼 대우조선해양에 강한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흡수합병이라면 입찰제한 등이 승계되겠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그런 사례가 아니라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별개의 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